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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시리아 ‘고립의 땅’ 홈스…‘초근목피’ 참상의 나날

등록 2014-02-13 20:25

정부군-반군, 한시적 정전 합의
구호시작…여성 등 200여명 탈출
봉쇄 18개월간 식량 등 없어 참혹
지중해-내륙 관문…반군 피해 극심
평화협상 속 일부지역 치열한 교전
유서 깊은 이슬람사원과 교회들, 인구 150만명이 북적이던 아름다운 도시, 시리아의 홈스. 하지만 3년여에 걸친 내전으로 홈스는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절망적인 도시의 하나로 전락했다.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18개월 전 정부군은 홈스 일대를 포위했고 그 안에 갇힌 수천명의 주민들은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받지 못한 채 550여일을 고통 속에 살아왔다.

<알자지라>는 유엔의 중재로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임시 휴전에 합의한 뒤 지난 7일부터 여성·어린이 200여명이 빠져나왔으며, 구호물품이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15~55살 남성들은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돼있으며, 자신이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나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정부군의 홈스 봉쇄가 풀린 것은 지난달 22일 스위스에서 시작된 시리아평화회의의 유일한 성과다. 시리아평화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정부군은 홈스에서 잠정적으로 싸움을 멈추고 인도주의적 구호를 허락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구호가 시작되고 주민들이 도시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지난 7일부터였다.

2011년 3월 반정부시위가 시작된 이래 홈스는 ‘혁명의 수도’라고 불릴 만큼 시리아내전의 상징적 도시였다. 주민들 다수가 정부군에 맞서 싸웠고 총을 들었다. 정부군에서 탈영한 이들도 홈스로 몰려들었다. 홈스 주민들은 수니파가 다수를 이루며, 아사드 정권과 같은 시아 알라위파는 25% 정도다. 종교적인 이유에서도 저항의 동력이 충분했던 셈이다.

지중해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홈스가 반군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을 아사드 정권은 용납하지 않았다. 탱크가 밀어닥치고 폭탄이 쏟아졌으며 민간인과 군인을 구분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학살이 이어졌다. 정부군이 홈스에서 무자비한 공격을 이어가자 2012년 유엔과 아랍연맹은 특별대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교전은 계속됐고 2012년 7월 정부군은 홈스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다. 반군은 홈스의 중앙에 있는 ‘올드시티’로 ‘전략적 퇴각’을 했다. 반군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700여명의 민간인이 희생됐고, 올드시티에 남아있던 주민들도 반군과 함께 고립됐다. 정부군은 보급로를 완전히 끊었고, 물, 연료, 전기도 모두 차단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홈스 봉쇄가 풀리기 전인 지난달 27일, 이곳에 사는 24살 청년 알탈라위와 ‘스카이프 인터뷰’를 통해 참상을 전했다. 그는 “이곳 사람들은 폭격으로 죽든지 총에 맞아 죽는 게 아니면 추위와 배고픔으로 죽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굶주린 주민들은 땅에서 나는 것은 풀이든 덤불이든 뭐든지 뜯어먹고 있다”며 초근목피 상황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풀들은 소화장애, 발열을 일으킨다. 며칠 전 한 이웃 노인이 풀을 끓여먹고 몇시간 안돼 숨졌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 아파도 음식이나 약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고통을 덜어달라고 신에게 기도만 할 뿐”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상은 지난 10일부터 재개됐지만, 시리아 내에서의 폭력은 격화되고 있다. 정부군은 12일에도 레바논과의 국경 지역인 야브루드와 시리아 최대 도시인 알레포에 대대적으로 공중폭격을 가했다. 시리아 인권관측소는 평화협상이 시작된 이래 지난 3주 동안 하루 평균 200여명이 숨져 모두 4559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반군 쪽은 유엔의 감시 하에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정전에 합의하며 정부군과 반군에 합류한 외국인들을 모두 시리아 밖으로 내보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부군은 과도정부 구성은 정치적으로 시기상조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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