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선거 앞 ‘반쪽’ 재외국민 투표
미, 온건파 반군에 무기 등 대기로
미, 온건파 반군에 무기 등 대기로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측면지원 확대 카드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재조준 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는 서방과 반군이 ‘사기극’이라고 비난하는 다음달 3일 대통령 선거를 강행할 의지를 보이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미 육군사관학교 졸업 연설에서 내전중인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 축출을 위해 싸우는 시리아 반군 온건파에 군사장비와 훈련을 제공하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시리아 반군은 즉각 환영 성명을 냈다.
이런 와중에 시리아 정부는 아사드 대통령의 3선 도전을 위한 대선의 사전절차로 각국 대사관에서 재외국민투표를 28일 시작했다. 서방과 아사드 정권에 등을 돌린 아랍국가 대부분은 재외국민투표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맹인 러시아와 이란은 물론 북한·레바논·인도·중국 등에서는 투표가 시행됐다. 여권이나 신분증 서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난민은 일부만 투표할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은 수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주변국에 피난하고 내전의 포연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반쪽 대선’이 추진되는 것을 ‘사기극’으로 규정하고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군의 약화 속에 아사드 정권의 정치적 도전이 강행되자 반군 측면지원에 나섰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는 최근 국방부가 검증된 시리아 반군에 군사훈련과 장비를 지원하는 것을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에이피>는 미국 관리의 말을 따 “요르단에 미군을 파견해 반군인 자유시리아군 대원들한테 무기사용법과 군사전략을 전수하려 한다”고 짚었다.
2011년 3월 아랍의 봄이 촉발한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비화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반군 세력 상당수가 알카에다 등과 관련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라는 점을 우려해 무기와 군사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꺼려왔다. 반군 지원에 쓴 돈이 고작 2억8700만달러에 그쳤을 정도다.
아사드 정권은 한때 반군한테 밀리기도 했지만 서방과 이해를 달리하는 러시아와 이란의 적극적 지원 아래 이달 초에 ‘혁명의 수도’로 불렸던 반군 요충지 홈스 전역을 탈환했고, 경제적 중심지 알레포에서도 승기를 잡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9일 “이번 대선 투표는 아사드 정권과 그의 동맹국들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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