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양대 정파인 파타와 하마스가 2일 통합정부를 출범시키자, 이스라엘의 거센 반발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새 정부와 함께 일하겠다”며 사실상 승인할 뜻을 밝혔다. 지금껏 서방과 이스라엘은 온건파이자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파타 정부만을 평화협상 대상으로 인정했지만, 강경파이자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정부도 대화에 참여할 길이 열리게 됐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파타정부의 수반인) 마무드 압바스가 하마스에 소속된 인사를 배제한 중립적 과도정부를 구성했다고 믿는다”며 “우리는 새 정부와 함께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다만, 그는 “압바스 수반이 강조한 원칙들을 지키는지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바스 수반은 중립적 통합정부가 정식 총선을 준비하면서, 유엔·미국·러시아·유럽연합(EU)으로 구성된 중동평화협상 중재 4자 기구가 합의한 원칙들을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이스라엘 인정, 폭력사용 배제, 기존 합의 준수 등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이스라엘은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국정홍보장관은 미 국무부 언급과 관련해 “미국 탓에 압바스의 ‘테러’ 정부한테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방적 조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가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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