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만 280여명 사망
접촉 통해 감염…치료제 없어
접촉 통해 감염…치료제 없어
중동 일대를 휩쓸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을 일으키는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낙타한테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매개동물이 낙타일 것이란 추정은 무성했지만,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의학연구센터의 에삼 아즈하르 박사 연구팀은 4일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에 기고한 논문에서 “지난해 11월 사우디 서부 제다의 킹압둘라지즈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 도중 숨진 40대 남성에게서 발견된 메르스 바이러스와 그가 키우던 낙타에서도 발견된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게놈 배열순서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감염되면 5~6일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기침·가래·숨가쁨 등의 증세를 보이는데, 심하면 폐렴 등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는다. 연구팀은 “숨진 남성은 키우던 낙타가 심한 콧물 증세 등을 보이자 콧속에 약물을 넣는 등 신체 접촉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된 낙타한테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인간에 전이됐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2012년 6월 사우디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이후 요르단·카타르·아랍에미리트 등 주변 국가는 물론 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지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왔다. 사우디에서만 이미 280여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때문에 지난 4월 중순 압둘라 라비아 보건장관이 해임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아 ‘미스터리 바이러스’로 불려왔으며, 별다른 치료제도 없는 상태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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