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에서 분화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반군이 11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130쯤 떨어진 티크리트를 장악했다. 티크리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붙잡혀 처형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이다. 티크리트/AP 연합뉴스
수니파 반군, 파죽지세 진격
모술이어 바이지·티크리트 장악
유전·수니파 심장부 줄줄이 타격
정부군 수적 우세에도 손놓고 당해
미국 재개입 불가피론속 대책 고심
모술이어 바이지·티크리트 장악
유전·수니파 심장부 줄줄이 타격
정부군 수적 우세에도 손놓고 당해
미국 재개입 불가피론속 대책 고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이라크 서부와 북부의 주요 거점을 장악한 데 이어 수도 바그다드를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하고 있다. 이라크에서 시리아와 비슷한 전면적 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미국 등 서방은 물론 중동 국가들도 고민에 빠졌다. 미국에서는 ‘3차 이라크전쟁’ 상황이라며 군사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슬람국가) 반군은 이라크 북부의 모술을 장악한 다음날인 11일 중부의 바이지 일부와 티크리트를 장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이어서 반군은 수도 바그다드에서 110㎞ 떨어진 사마라에서 격전을 벌인 뒤 티그리스강을 따라 신속하게 남진하며 12일 시아파 친미 정권을 목전에서 위협하고 있다. 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그다드는 물론 시아파 핵심 성지인 남부 카르발라까지 진격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반군이 장악한 티크리트는 사담 후세인의 고향이며, 바이지는 최대 정유시설이 자리한 도시다. 반군은 주요 유전지대인 키르쿠크주의 일부로도 진격했다. 이로써 반군의 영향권은 서부 안바르주, 북부 니네베주와 키르쿠크주 일부, 중부 살라딘주까지 이라크 전체 18개 주 가운데 4개 주에 이른다. 미국이 축출한 후세인 정권을 지지한 수니파 세력이 강한 곳들이다. <에이피>는 “누리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주도의 현 정부가 이들을 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자폭 공격도 두려워하지 않는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의 진격에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정부군은 줄행랑을 치기 바쁘다. 모술에는 3만명의 정부군이 있었지만 반군 800여명의 공격에 무너졌다. 명목상 정부군은 93만여명이고 이슬람국가 반군은 1만여명이지만, 이라크군 방어선은 어이없이 무너지고 있다.
반군이 바그다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서방은 물론 터키와 이란 등 주변 중동 국가들과 이라크내 쿠르드자치정부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정부가 지난달 비밀리에 미국에 수니파 반군을 겨냥해 공중폭격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2011년 말 이라크 공식 철군을 단행한 오바마 정부가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무인기(드론) 공격을 포함해 미국이 군사적 재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3차 이라크전쟁은 시작됐다”며 급박한 전세를 뒤집기 위해선 공중폭격 등으로 미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는 반군의 모술 점령 당시 영사관이 공격을 받아 외교관 등 50여명이 포로로 잡혔다. 터키 정부는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이라 극단주의 반군의 세력 확장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시아파 국가이자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이란 역시 이라크 현 정부에 대한 지원 뜻을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방송 연설에서 이라크 반군을 겨냥해 “이들은 잔혹한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단체”라며 “이런 폭력과 테러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진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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