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으로 풀어본 이라크 사태 파장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에서 바그다드를 향해 진격하자, 기존 중동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관계가 뒤바뀌고, 이라크와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의 지도가 다시 그려질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의미와 파장을 문답으로 풀어봤다.
미, ‘숙적’ 이란과 공조 추진에
시리아 아사드와도 손잡을 판
해결 안될땐 중동 국경선 바뀔수도
쿠르드 독립하면 터키도 개입 우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라크와 레반트(시리아·레바논 등 일대)에 이슬람 원리로 통치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특히 2011년부터 계속된 시리아 내전 동안 이라크·시리아 내부와 해외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이 결합해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탈레반식의 수니파 이슬람주의 통치를 목표로 한다. 이들의 부상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뒤섞여 살아온 이 지역의 종파 분쟁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의 부상이 중동 전체에 주는 충격은 무엇인가?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의 국경선과 판도까지 뒤흔들 우려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뒤 이라크를 북부의 쿠르드족, 중부 수니파, 남부 시아파 지역으로 삼분할 계획도 세웠다. 현재 이라크 헌법도 이를 반영한 연방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극단적인 종파간 폭력에 의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전역의 지도를 다시 그릴 가능성이 있다. 이슬람국가는 내전중인 시리아 북부의 상당 지역도 이미 점령했다. 민족간·종파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도 그 파장에 휩쓸릴 우려가 크다. 쿠르드족도 이번 사태를 틈타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장악하는 등 1000년 넘게 꿈꿔온 독립국가 수립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무얼 하나? “2011년 말 이라크에서 철군한 미국은 사실 속수무책이다. 이라크 전쟁에 이미 1조달러 넘게 쏟아붓고 미군 5000명 이상이 숨져 다시는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으려 한다. 이라크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만 전복시킨 뒤 국가재건 사업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현 상황에서 다시 이라크에 무력 개입해 안정화시키려면,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의 두배인 60만명 이상을 파병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재건 사업에는 2조~3조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지상군 파견은 이슬람주의 세력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이라크 정부의 공습 요청을 거절한 미국은 이제 항공모함을 파견해 제한적 공습 정도의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국가’ 저지는 모든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다르다. 개입할 여력이 가장 큰 나라가 이란인데, 이미 파병을 했다는 보도가 있다.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를 보호해 자국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동에서 이란은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적인 수니파 왕정국가들의 최대 숙적이다. 터키도 이 사태의 여파로 이라크에서 쿠르드족 독립국가가 수립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동 국가들의 관계도 변할 수 있나? “그렇다. 미국과 사우디 등 보수적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숙적인 이란과 시리아를 더이상 압박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은 이르면 이번주 초에 이란과 이번 사태를 두고 직접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던 시도도 물건너갔다. 아사드 정권마저 붕괴된다면 이슬람주의 세력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슬람국가’가 주도하는 국가 수립이 실제로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미국이나 중동 국가들은 수니파 극단 이슬람주의 국가의 등장에 공통적으로 반대한다. 문제는 이슬람국가의 세력을 실제로 약화시킬 수단과 협력체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라크가 내전으로 빠져들면 사태가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시리아 아사드와도 손잡을 판
해결 안될땐 중동 국경선 바뀔수도
쿠르드 독립하면 터키도 개입 우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라크와 레반트(시리아·레바논 등 일대)에 이슬람 원리로 통치하는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특히 2011년부터 계속된 시리아 내전 동안 이라크·시리아 내부와 해외의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이 결합해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들은 탈레반식의 수니파 이슬람주의 통치를 목표로 한다. 이들의 부상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뒤섞여 살아온 이 지역의 종파 분쟁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들의 부상이 중동 전체에 주는 충격은 무엇인가? “이라크뿐 아니라 시리아, 레바논의 국경선과 판도까지 뒤흔들 우려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 침공 뒤 이라크를 북부의 쿠르드족, 중부 수니파, 남부 시아파 지역으로 삼분할 계획도 세웠다. 현재 이라크 헌법도 이를 반영한 연방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극단적인 종파간 폭력에 의해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전역의 지도를 다시 그릴 가능성이 있다. 이슬람국가는 내전중인 시리아 북부의 상당 지역도 이미 점령했다. 민족간·종파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레바논도 그 파장에 휩쓸릴 우려가 크다. 쿠르드족도 이번 사태를 틈타 유전도시 키르쿠크를 장악하는 등 1000년 넘게 꿈꿔온 독립국가 수립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무얼 하나? “2011년 말 이라크에서 철군한 미국은 사실 속수무책이다. 이라크 전쟁에 이미 1조달러 넘게 쏟아붓고 미군 5000명 이상이 숨져 다시는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으려 한다. 이라크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것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정권만 전복시킨 뒤 국가재건 사업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현 상황에서 다시 이라크에 무력 개입해 안정화시키려면, 2003년 이라크 침공 때의 두배인 60만명 이상을 파병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재건 사업에는 2조~3조달러를 쏟아부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지상군 파견은 이슬람주의 세력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이라크 정부의 공습 요청을 거절한 미국은 이제 항공모함을 파견해 제한적 공습 정도의 개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슬람국가’ 저지는 모든 중동 국가들이 원하는 것 아닌가? “그렇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다르다. 개입할 여력이 가장 큰 나라가 이란인데, 이미 파병을 했다는 보도가 있다. 같은 시아파인 이라크 정부를 보호해 자국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중동에서 이란은 미국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적인 수니파 왕정국가들의 최대 숙적이다. 터키도 이 사태의 여파로 이라크에서 쿠르드족 독립국가가 수립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동 국가들의 관계도 변할 수 있나? “그렇다. 미국과 사우디 등 보수적 수니파 왕정국가들은 숙적인 이란과 시리아를 더이상 압박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은 이르면 이번주 초에 이란과 이번 사태를 두고 직접 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타도하려던 시도도 물건너갔다. 아사드 정권마저 붕괴된다면 이슬람주의 세력은 더욱 확장될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란의 영향력 확대와 시리아 아사드 정권의 회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이슬람국가’가 주도하는 국가 수립이 실제로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미국이나 중동 국가들은 수니파 극단 이슬람주의 국가의 등장에 공통적으로 반대한다. 문제는 이슬람국가의 세력을 실제로 약화시킬 수단과 협력체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라크가 내전으로 빠져들면 사태가 주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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