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산하의 국외작전 특수부대인 ‘쿠드스’의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57)
바그다드서 ISIL 맞서 반격 지휘
‘중동 정세의 배후조정자’ 평가
‘중동 정세의 배후조정자’ 평가
“퍼트레이어스 장군, 당신은 나 카셈 술레이마니가 이라크, 레바논, 가자지구,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한 이란의 정책을 총괄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거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의 국외작전 특수부대인 ‘쿠드스’의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57·사진)는 2008년 초 미군 주도의 이라크 주재 다국적군 사령관이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한테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미군은 이라크의 수니-시아 종파간 유혈 분쟁 와중에 이란 쿠드스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 문제로 고민 중이었다.
16일 <가디언>은 술레이마니 사령관을 ‘중동 정세의 배후 조정자’로 평가하며, 그가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에 머물면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반군에 대한 반격을 지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도 이라크 관리들의 말을 따서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의 방어태세를 점검하고 이라크 정부군 최고위층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와 함께 작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주 바그다드에 들어온 뒤 시아파 주도의 이라크 정부를 이끄는 누리 말리키 총리를 면담하고 시아파 민병대를 지휘하기 위해 아예 작전실을 마련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는 이라크 중부의 시아파 주요 성지인 카르발라와 나자프를 방문하는 등 ‘시아파의 수호자’로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쿠드스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충성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엘리트 조직이다. <가디언>은 쿠드스가 첩보활동, 특수작전, 무기 밀매, 정치활동 등을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영국의 정보기관 MI6와 특수부대 SAS를 합친 것 같은 조직이라고 전했다.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20대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숱한 전장을 경험했고, 1998년에 쿠드스 사령관이 됐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그를 “살아있는 순교자”라고 격찬하는 등 쿠드스의 전설적 지휘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4년간의 내전에서 지금껏 버티고 있는 데는 그와 쿠드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제한적이나마 이란과 군사협력을 할 뜻을 내비쳤지만, 미국의 딜레마는 여전히 심대하다. 이라크 정부에 대한 이란 군사지원의 핵심에는 오랫동안 미국의 ‘숙적’이었던 술레이마니 사령관과 쿠드스가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에서 군사적 협력에 합의한다고 해도, 미국은 시리아에서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해온 활동 때문에 그를 제재 명단에 올려놓은 상태”라면서 “그는 어떤 미국 관리와도 만나지 못할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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