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핑크를 비롯한 미국 평화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이 16일 백악관 앞에서 이라크에 대한 군사 개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이라크 투입된 이란 군 도움 없인
미의 제한적 공습 효과 없어
이란의 군사협력 절실하나
중동정세 파장 우려해 갈팡질팡
이란-시리아-레바논 이어진
‘시아파 연대’ 영향력 세질듯
미의 제한적 공습 효과 없어
이란의 군사협력 절실하나
중동정세 파장 우려해 갈팡질팡
이란-시리아-레바논 이어진
‘시아파 연대’ 영향력 세질듯
이라크 위기가 중동에서 이란의 위상을 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을 옥죄던 미국과 아랍권 수니파 보수 왕정들의 봉쇄 체제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나아가 걸프 지역의 헤게모니를 쥔 전통적 강대국, 이란의 지위가 복원될 조짐도 보인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6일 <야후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위기 상황과 관련해 “이란이 기여할 수 있는 건설적인 일이 있다면 미국은 이를 논의하는 데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안정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조처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주요 도시들을 점령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이란과의 군사협력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케리 장관의 발언 뒤 3시간도 안 돼, 미국 국방부는 부랴부랴 성명을 냈다. 이란과의 군사협력은 배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라크의 안보 상황과 관련해 (국방부와) 이란군 사이에 접촉이나, 접촉 계획은 없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우리는 이란의 개입에 열려 있지만, 이란과의 군사협력이나 이라크의 미래에 대해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까지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협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거듭 단속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란 화해가 몰고올 중동 정세, 미국 외교정책에 미치는 파장이 그만큼 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 사태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5년간 숙적으로 지내온 미국-이란 관계를 비롯해 중동에서 이란의 위상은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미 의회 공화당 강경파 내부에선 이란과의 협력을 놓고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15일 이란과의 협력을 지지했다. 반면, 존 매케인 의원은 “이란 정권이 우리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실질적으로는 이란과의 협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주변 해역에 항공모함을 파견해 제한적 공습을 준비중이지만, 지상 전선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반면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 쿠드스 부대는 전장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양국이 원한다면, 정보 분야 등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협력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미 지난 14일 “이라크 정부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어떤 지원도 제공할 수 있다”며 “미국이 이라크나 다른 곳에서 테러 집단들과 대결을 시작한다면, (미국과의 협력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일단 두 나라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란 핵개발과 관련한 회담에서 이라크 위기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과의 공공연한 협력이 부작용을 부를까 우려한다. 현재 미국은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인 누리 말리키 정부를 압박해 수니파와 쿠르드족까지 포용하는 연합정부를 구성하도록 해, 극단주의 세력에 대처하겠다는 기본전략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관리들은 중동내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의 개입이 이라크 내 온건수니파까지 자극하고 이란과 시아파의 영향력만 키울 수 있다는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게다가 중동에서 미국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과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발도 부담이다.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16일 “우리는 미국과 이란의 이라크 정부 지지 탓에 이란 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사우디 역시 이라크 사태에 대한 외국의 개입에 반대하며 시아파인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시아-수니 통합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이란은 ‘꽃놀이패’를 쥐고 있다. 이라크 위기 탓에 미국과 중동의 수니파 보수 왕정들이 더이상 이란을 압박하고 봉쇄하기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란-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는 더욱 힘을 발휘하게 됐다. 이미 이라크에 파병을 하는 등 이라크의 미래에도 더 큰 지분을 가지게 됐다. 현재 미국과 협상중인 핵개발 문제에서도 이란의 운신 폭은 커졌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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