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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반군, 이라크 최대 정유시설 급습

등록 2014-06-18 20:05수정 2014-06-18 22:20

하루 30만배럴 원유 처리시설
사태 장기화되면 국제유가 오를듯

바그다드 근교 바쿠바까지 진격
바그다드시민 생필품 사재기 나서

2006~2008년 종파간 유혈전 조짐
미, 이라크 공습 유보…사태 관망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최대 규모인 바이지 정유시설을 급습했다.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동쪽으로 불과 60㎞ 남짓 떨어진 바쿠바에서도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위기감을 느낀 바그다드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섰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슬람국가 소속 무장세력은 18일 새벽 4시께 두 방향에서 동시에 바이지 정유시설로 들어섰다. 기관총과 박격포로 중무장한 이들은 정부군과 경찰·경비인력 등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한 이라크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이날 오후 “이슬람국가 무장대원들이 바이지 정유시설의 75%를 장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군 대변인은 “정부군이 정유시설에 대한 반군의 공격을 격퇴했으며, 반군 4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동부지역에서도 정유시설과 발전소 등을 장악해 자금원으로 삼아왔다.

하루 3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바이지 정유시설은 이라크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로이터> 등은 “바이지에서 생산되는 유류가 내수용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원유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수용 유류 확보를 위해 원유 수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태 이전까지 이라크는 하루 평균 35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이 가운데 280만배럴가량을 수출해왔다. 이라크의 수출이 크게 줄면 국제유가도 오르게 된다.

앞서 이슬람국가 소속 무장세력은 17일 오전 바그다드 북동부 디얄라주 주도인 바쿠바에 진입했다. 이들은 도시 일부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으나, 출동한 이라크 군경과 시아파 민병대의 공세에 밀려 3시간여 교전 끝에 일단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지와 바쿠바는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수니파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이른바 ‘수니파 트라이앵글’ 지역에 해당한다.

지난 10일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북부 모술을 장악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바쿠바까지 남하하면서, 바그다드 주민들의 불안감은 깊어지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슬람국가에 포위됐다고 느낀 바그다드 시민들이 식량과 물 등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생필품 값이 치솟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06~2008년 이라크를 뒤흔든 종파 간 유혈보복의 악순환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교전이 벌어진 바쿠바의 경찰서에서 수니파 수감자 4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자 모두 머리 또는 가슴에 총알이 박혀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드 외곽 시아파 집단거주지역인 사드르시티에선 17일 저녁 자살폭탄공격이 벌어져 적어도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스루르 아스와드 이라크 인권위원은 <뉴욕 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주민을 고문·처형하고, 수니파는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자살폭탄공격을 퍼붓던 2006~2008년 내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쿠르드족 등을 포함한 이라크 인구의 60~65%는 시아파, 30~35%는 수니파다.

한편, 이라크 인근 해역으로 항공모함을 이동시키는 등 군사행동 초읽기에 들어갔던 미국은 일단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즉각적인 공습 대신 이라크 정부군에 대한 군사정보 제공, 종파 분열 완화, 인근 지역 국가들의 지원 확보 등을 뼈대로 하는 포괄적인 접근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의 이런 선택은 공습만으로는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미군이 현재 공습의 타격 목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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