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라크 바그다드의 시아파 거주 지역인 사드르시티에서 시아파 민병대 ‘평화여단’(옛 마흐디 민병대)이 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하고 군사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드르시티/AP 연합뉴스
ISIL, 서부 국경도시 까임 등 장악
시아파 민병대도 바그다드 복귀
하나의 내전·종파전쟁 양상 짙어져
이란 하메네이 “미 개입 반대” 입장
미-이란 밀월 관계에 제동
시아파 민병대도 바그다드 복귀
하나의 내전·종파전쟁 양상 짙어져
이란 하메네이 “미 개입 반대” 입장
미-이란 밀월 관계에 제동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이 이라크와 시리아를 잇는 국경검문소 도시를 장악하는 등 두 나라의 내전이 급속도로 하나가 되고 있다. 이들 지역 내전에서 수니-시아 종파 갈등의 성격이 한층 짙어지자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아파 주도 바그다드 정부를 향해 ‘종파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군사 개입을 하겠다’고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의 이라크 개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 최근의 미국-이란 밀월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 반군이 21일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여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소도시 까임을 점령하고, 유프라테스강의 하디사댐을 공략할 주요 거점인 라와와 아나까지 차지하는 등 소도시 네 곳을 추가로 장악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2일 전했다. 반군은 이미 시리아 쪽 국경지대를 폭넓게 차지했지만 이라크 쪽 국경검문소가 있는 주요 도시를 장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슬람국가’ 반군이 이라크와 시리아 두 나라의 전장을 손쉽게 오갈 유리한 고지를 마련했음을 뜻한다.
이제 두 나라 내전은 수니-시아 종파적 갈등의 성격이 한층 더 짙어졌다. 시리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던 이라크 출신 시아파 민병대들은 바그다드 등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에이피>는 “이라크 출신으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던 2만~3만명의 시아파 무장대원 가운데 수천명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시리아와 이라크 갈등이 어떻게 한데 얽혀드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들은 이란-시리아 아사드 정권-레바논 헤즈볼라-이라크 누리 말리키 총리의 시아파 주도 정부를 시아파 세력 벨트의 동지로 여긴다.
21일 이라크 사드르시티 등 전국 곳곳에서는 시아파 성직자 무끄타다 사드르의 소집령에 응한 마흐디 민병대 수천명이 수니파 ‘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울 것을 맹세하며 ‘평화여단’이란 이름으로 군사행진을 벌였다. <알자지라>는 “2006~2008년 이라크 종파분쟁의 주역인 마흐디 민병대의 재출현은 수니와 시아파 사이에 더 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을 키울 것”이라고 짚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반군을 겨냥한 군사 개입에 앞서 시아파 주도의 말리키 정부에 정치적 양보를 압박했다. <시엔엔>(CNN)이 20일 미리 일부 내용을 발췌해 공개한 오바마 대통령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는 이라크 지도자들이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군사적 해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은 최대 300여명의 군 자문관을 파견하기로 해서 21일 소수 선발대가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한편 이란 신정체제에서 국내외 정책에 대한 최종 발언권을 지닌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22일 최근 이란과 미국의 밀월 분위기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란 국영통신(IRNA)을 통해 “우리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이라크 개입을 반대한다”며 “미국이 이라크에서 앞잡이를 내세워 지배하려 하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정치적 절차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이란 시아파와 밀접한 관계인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했음에도 미국한테 정치적 양보 압박을 받는 데 반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오랜 숙적인 미국과 포괄적 협력을 할 뜻을 강력히 내비쳤던 것과 하메네이의 발언은 완전히 상반되는 내용이어서, 미-이란 관계를 둘러싼 이란 내부의 알력이 주목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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