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정부군 격퇴 무기도 뺏어
시리아로 유입…내전 격화 우려
케리 미 국무, 이라크 깜짝방문
시리아로 유입…내전 격화 우려
케리 미 국무, 이라크 깜짝방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국경도시를 잇따라 장악했다. 이라크군은 ‘전술적 후퇴’라고 주장했지만, 이라크군만으로는 전세를 뒤집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3일 이라크를 깜짝 방문해 종파간 갈등을 풀 수 있는 새로운 정부 구성을 촉구했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요르단으로 통하는 길목인 투라이빌 국경검문소와 이라크군이 시리아 국경지역에서 유일하게 거점으로 삼아온 왈리드가 이슬람국가 손에 떨어졌다. 앞서 이슬람국가 반군은 22일 안바르주 소도시 까임과 라와·아나 등지를 차례로 점령했다. 반군이 국경지역을 장악함에 따라, 이들이 이라크군에게서 빼앗은 무기가 시리아로 유입돼 내전을 격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심 아타 이라크군 대변인도 이들 지역에 주둔하던 정부군이 퇴각했음을 시인했다. 그는 “(반군 장악지역 주둔 병력은) 전술적 차원에서 퇴각했다. 이들은 다른 지역 방어작전에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라크군은 유프라테스강 유역인 하디사로 병력 2000여명을 급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라와를 장악한 반군이 하디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디사에 있는 대규모 수력발전용 댐을 반군이 파괴하면 전력공급 차질은 물론 자칫 이 일대에 대규모 홍수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따 “이라크군 4분의 1가량은 실전 능력이 없다”며 “무능과 부패로 얼룩진 이라크군 자체 병력만으론 현재의 전세를 뒤집는 게 불가능하 다”고 지적했다.
케리 장관은 23일 바그다드에 도착해 누리 말리키 총리 등을 만났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이 “이라크 사태 해결을 돕도록 미국이 진행중인 조처를 논의하고 이라크 지도자들에게 이라크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부를 서둘러 구성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말리키 총리의 사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사실상 그를 대체할 새 정부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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