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침공 주도자들 ‘비겁한 변명’

등록 2014-06-23 19:50

블레어 “현재 위기는 서방 불개입 탓”
딕 체니 “오바마 정부의 철군이 빌미”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의 당시 핵심 인사들이 ‘이라크 침공이 현재 이라크 위기를 초래한 것이 아니다’는 책임회피성 주장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23일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를 통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건 2003년의 (이라크) 침공이 아니라 최근 시리아 사태에 서방이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4년 전까지만 해도 미·영 연합군과 수니파 부족들에 의해 격퇴됐던 이라크 내 지하디스트 그룹이 시리아 내전의 혼돈 상황 속에서 재건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사담 후세인 제거가 최근의 이라크 위기를 초래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적극적 반론을 폈다. 그는 “최근 사담 후세인이 마치 안정과 평화를 지켜준 세력이었던 것처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후세인은 이란과의 전쟁으로 100만명 이상의 죽음을 초래했고, 쿠르드족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후세인이 살아 있었다면 ‘아랍의 봄’과 같은 사태가 이라크를 덮쳤을 때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대통령과 비슷하게 (폭압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았더라도 지금과 같은 혼란 상태를 피하긴 어려웠으리라는 것이다. 블레어 전 총리는 지난 15일에도 자신이 운영하는 자선재단 누리집에 올린 글을 통해 “이라크 정부의 분파주의와 취약한 군사력이 위기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를 이끌었던 ‘네오콘’들은 지금의 위기가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이라크 철군에서 비롯됐다며 노골적으로 ‘오바마 때리기’에 나섰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식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도 사실상 이라크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 등도 방송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이런 주장을 두곤 ‘비겁한 변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블레어 기고문에 달린 한 댓글은 “사망사고를 유발하는 자동차 점화장치 설계자로부터 자동차 안전에 대한 충고를 듣고 있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는 “체니가 자신의 죄를 면하려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라크 침공 책임자들의 변명과는 별개로 “현재 위기 해결을 위해선 오바마 행정부가 무력 사용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헨)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