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 3명에 허위보도 등 혐의 씌워
이집트 군부에 비판적 보도 불만
국제사회 “보복 판결” 비판 확산
백악관 “사면·즉각 석방” 등 요구
이집트 군부에 비판적 보도 불만
국제사회 “보복 판결” 비판 확산
백악관 “사면·즉각 석방” 등 요구
이집트 법원이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 소속 언론인 3명에게 징역 7~10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난 8일 취임한 압델팟타흐 시시 대통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간 <아흐람>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집트 형사법원은 23일 <알자지라> 동아프리카 특파원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피터 그레스테와 카이로 지국 소속 프로듀서 무함마드 파미, 바헤르 무함마드에게 허위보도 등의 혐의로 각각 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아울러 바헤르 무함마드에겐 불법무기류 소지 혐의로 징역 3년과 5천이집트파운드의 벌금형이 추가됐다.
지난해 7월 시시 대통령이 주도한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무너진 이후, <알자지라>는 이집트 군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왔다. 무슬림형제단을 비롯한 친무르시 시위대를 군경이 유혈진압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한 탓에 군부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이집트 당국이 지난해 12월 이 방송의 카이로 지국에 들이닥쳐 그레스테 등을 체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재판이 시작된 이후 12차례 심리가 이어졌지만, 이집트 검찰 쪽은 ‘허위보도’ 혐의를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바헤르 무함마드가 갖고 있던 ‘불법무기류’는 반군부 시위 현장에서 주운 빈 탄창이었다. 그레스테 등 3명과 함께 기소돼 궐석재판을 받아온 영국과 네덜란드 언론인 3명에게도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형이 선고됐다.
오스트레일리아·영국·네덜란드 정부는 즉각 자국 주재 이집트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전날 이집트를 방문해 13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 재개를 약속하며 기본권 보장을 강조했던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냉혹하고 가혹한 처벌로, 대단히 실망스런 판결”이라고 말했다. 조쉬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정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언론인을 사면하거나, 형의 집행을 유예해 즉각 석방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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