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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이라크 쿠르드족 ‘독립국가 꿈’
“이제 때가 왔다” 주민투표 추진

등록 2014-06-24 19:27수정 2014-06-24 22:10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
쿠르드자치정부 바르자니 대통령
“우리 스스로가 미래 결정” 밝혀

이라크 내전 틈타 키르쿠크 장악
정치·경제적 독립수순 착착 진행
터키도 유화적 태도…유리한 환경
“때가 왔다!”

이라크령 쿠르디스탄이 ‘독립의 꿈’으로 들썩이고 있다. 2500만~3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쿠르드족은 수천년 동안 살아온 ‘쿠르디스탄’ 지역이 20세기에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쪼개지면서 독자적 민족국가를 수립하지 못한 채 유혈과 학살의 역사를 겪었다.

23일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은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무너지고 있다. 연방·중앙정부는 통제력을 잃은 게 확실하다. 쿠르드인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할 때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최근 이라크 서부 국경의 주요 도시 대부분을 장악하는 등 내전이 격화되자, 쿠르드 민족 독립의 기회가 왔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시아파 종파주의 행태를 고집하다 위기 사태를 초래한 이라크 중앙정부가 진정한 협력에 나선다면, 쿠르드족도 화해가 가능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원래 쿠르드족의 영역이었으나 중앙정부가 관할했던 키르쿠크를 어느 쪽에 귀속시킬지에 대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키르쿠크는 쿠르드 독립국가 수립을 뒷받침할 핵심 유전지대로, 관할권 주민투표는 본격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키르쿠크는 최근 정부군이 수니파 반군을 피해 떠난 뒤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가 장악한 상태다.

<시엔엔>은 “바르자니 대통령이 독립 추진의 뜻을 지금껏 가장 강경한 수준으로 밝혔다”고 짚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24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자치정부 행정수도인 아르빌을 방문해 회동할 때 이런 뜻을 타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쿠르드족의 자치권 강화를 제안하면서, 쿠르드족이 바그다드의 중앙정부를 적극 도와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까지 이라크령 쿠르드자치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쿠르드족이 이란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1980년대 후반 인종청소식 학살을 자행했다. 후세인 정권은 1990년대 초반 걸프전이 끝난 뒤에도 쿠르드족을 혹독하게 탄압했다. 이에 미국은 이라크령 쿠르디스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실질적 보호를 제공했다. 미국은 1970년대에 이라크령 쿠르드족의 자치를 지원하기로 쿠르드 지도자들에게 약속했다가 돌아서는 등 역사적 비극을 초래한 원죄가 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붕괴한 뒤 2006년 이라크 연방의 일원으로 자치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치정부는 쿠르드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이라크 전체 원유 판매 대금의 17%를 배분받으며, 자체 민병대를 운영한다. 터키·이란·시리아 쿠르드족과 달리 폭넓은 자치권을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쿠르드자치정부는 제 몫의 원유대금 상당 부분을 중앙정부가 가로채고 있다고 의심하는데다 키르쿠크 관할권 분쟁 등을 두고 중앙정부와 오랜 갈등을 겪어 왔다. 자치정부는 23일 터키를 거쳐 독자적으로 1억달러어치의 대규모 원유 판매에 나서는 등 중앙정부에 맞서고 있다고 <쿠르드넷>이 보도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누리 말리키 총리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쿠르드족은 십자군전쟁 때 기독교 세력에 빼앗긴 예루살렘을 88년 만에 탈환한 무슬림 영웅 ‘살라딘’을 배출하는 등 한때 이슬람 세계의 주도권을 쥔 적도 있었다. 하지만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현재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20세기에는 민족국가 수립을 위해 몸부림쳤으나 실패했다. 이들은 이슬람 수니파가 절대다수지만, 종교보다는 민족을 우선하는 세속주의 성향이 강하다.

현재 미국은 터키 등 다른 국가 내 쿠르드족의 독립 움직임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국가 수립에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터키가 에르도안 정권의 내홍 때문에 쿠르드족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어느 때보다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에 유리한 환경이 무르익는 상황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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