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반군 ISIL 위협에
시아파, 바그다드·성지만 방어
쿠르드는 독립국가 건설 ‘올인’
이달 사망자만 1000명 넘어서
시아파, 바그다드·성지만 방어
쿠르드는 독립국가 건설 ‘올인’
이달 사망자만 1000명 넘어서
이슬람 시아파 출신인 누리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중부와 북서부 지역에 주둔해 온 정예 병력을 철수시켜, 수도 바그다드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대통령은 통합정부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외면하며, 쿠르드 독립국가 건설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의 위협 앞에 이라크 각 정파가 제 살길만 찾고 있는 모양새다.
<에이피>(AP) 통신은 25일 “말리키 총리가 이슬람국가에 점령당한 지역에서 빼낸 최정예 병력을 수도 바그다드 안팎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며 “바그다드에만 평상시보다 2배 이상의 병력이 집중되면서, 반군 점령지역 탈환은 당분간 포기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한 이라크 중남부 지역은 시아파 인구가 많다.
‘이슬람국가의 위협에 맞서라’는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알리 시스타니의 호소에 자체 무장을 갖추기 시작한 시아파 민병대도 바그다드의 카다미아 사원과 나자프·카르발라 등 시아파 성지 방어에만 골몰하고 있다. 앞서 카심 무사위 이라크군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특정지역에서 일시적으로 후퇴하는 게 그 지역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전쟁터에선 전술적으로 전진과 후퇴, 재배치가 이뤄지는 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정부군은 만연한 부패 속에 탈영이 일상화해 실제 전투가 가능한 병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에이피> 통신은 이라크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 “신병 월급이 700달러 수준이어서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대거 군에 입대했다. 일단 입대한 뒤에는 부대장에게 뇌물을 준 뒤, 출근하지 않고 부업을 하는 이들도 많다”고 전했다.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바이지에서 이라크군은 공격용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1주일째 전투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슬람국가 반군의 기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 국경으로 가는 길목인 북부 탈아파르에선 성급하게 탈환작전에 투입된, 실전 경험이 없는 자원입대자 등 150여명이 비행장에 고립된 채 반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자체 무장력을 갖춘 쿠르드자치정부도 ‘국가안보’에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다. 24일 현지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새로운 통합정부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바르자니 자치정부 대통령은 “우리는 새로운 현실, 새로운 이라크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새로운 현실’은 쿠르드족 독립국가 건설로 보인다. 쿠르드족은 이미 자치정부 관할지역을 벗어나 유전지대 키르쿠크까지 진출하는 등 독립국가 건설의 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날 유엔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6월 들어 이라크에서 벌어진 크고작은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벌써 1000명을 넘어섰다. 특히 니네베·디얄라·살라딘 등 이슬람국가 반군이 들이닥친 중·북부 3개주에선 지난 5일부터 22일까지만 민간인 757명이 숨지고, 599명이 다쳤다. 2011년 12월 미군 철수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종파간 유혈사태가 극심했던 2006~2007년을 떠올리게 한다. <에이피> 통신은 “각 종파가 자기 이해관계에만 골몰하는 분열상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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