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성직자 중 선임 시스타니
“새 총리·대통령 등 합의” 촉구
내일까지로 협상 시한 못박아
정파간 정부구성 논의 급물살
연임 노리던 말리키 배제될듯
“새 총리·대통령 등 합의” 촉구
내일까지로 협상 시한 못박아
정파간 정부구성 논의 급물살
연임 노리던 말리키 배제될듯
이라크의 이슬람 시아파 최고 성직자가 정치권에 7월1일까지 새 정부 구성을 마무리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지부진했던 이라크 새 정부 구성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군은 미군의 지원 아래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장악했던 중부 티크리트를 탈환했다.
29일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83)는 지난 27일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에서 열린 금요성일 예배 설교문을 통해 “(이슬람국가의 위협에 직면한) 지금 중요한 것은 조속히 새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각 정파는 7월1일 대표자 회의를 열기 전까지 새 총리와 대통령, 의회 의장 인선에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포용적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시아파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누리 말리키 총리를 배제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위 성직자(그랜드 아야톨라) 4명 가운데 가장 선임자인 시스타니는 2000만명에 이르는 시아파 주민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다. 시스타니는 이슬람국가 반군이 이라크 제2도시인 북부 모술을 점령한 직후인 지난 13일에도 “신체 건강한 모든 이라크인은 조국 방어에 나서라”는 내용의 ‘파트와’(율법 해석에 따른 종교적 명령)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시아파 젊은이를 중심으로 수만명이 자원 입대하거나, 자체 무장을 갖추고 민병대 활동에 나섰다.
앞서 시스타니는 2004년 미군 점령 아래서 총선과 개헌 국민투표 조기 실시를 주장해, 이라크 새 정부 출범을 앞당겼다. 또 2006년 2월 중부 사마라의 시아파 성지인 아스카리야 황금돔 사원을 수니파 무장세력이 폭파한 직후 종파 갈등이 극한에 이르렀을 땐 “(사원 폭파는) 외국 테러범의 소행”이라며, 종파와 인종을 초월한 이라크인의 화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시스타니가 ‘7월1일’로 시한까지 못박으면서 새 정부 구성을 촉구하면서 지난 4월 말 총선 이후 종파 간 이해관계에 골몰해 온 이라크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됐다. 2010년 총선 뒤 새 정부 구성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무려 9개월여가 걸린 바 있다. 한 시아파 출신 의원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 해야 할 일과 시한까지 분명해졌다. 아야톨라 시스타니가 정치권 전체를 코너로 몰아 넣은 셈”이라고 말했다.
시스타니가 설교문에서 “포용적 정부 구성”을 강조하면서, 말리키 총리의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말리키 총리는 그동안 지나치게 시아파 중심으로 정국을 이끌어 나라 안팎에서 ‘종파주의자’란 비판을 받아왔다. <로이터>는 의회 관계자의 말을 따 “말리키 총리의 연임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라크 정부군은 지난 11일 이후 반군 장악해 온 중부 티크리트 탈환에 28일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라크 국영 방송은 “티크리트 탈환작전 과정에서 반군 60여명을 사살했다”며 “정부군은 북부 모술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 반군 쪽은 정부군의 공세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는 미군 점령 당시 수니파 저항의 거점 구실을 했다. 이번 탈환작전은 미군 군사고문단의 협력 아래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쪽은 “현지에 배치된 미군 장병 보호를 위해 무장 무인기를 띄웠지만, 이들이 직접 교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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