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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ISIL, ‘칼리프 국가’ 선포…전세계 무슬림에 충성 요구

등록 2014-06-30 20:16수정 2014-06-30 21:33

시리아·이라크 일부 영토 선포
지도자 바그다디 ‘칼리프’ 추대
‘성전’ 이끈 알카에다에 도전장
수니파 세력 내분 등 파장 클듯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마침내 최고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43)를 예언자 무함마드의 대리인이자 이슬람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인 ‘칼리프’로 추대하고 나섰다. 또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주에서 이라크 바그다드 북동쪽 디얄라주에 이르는 지역을 영토로 주장하며 ‘이슬람국가’라는 이름으로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칼리프가 통치하는 ‘이슬람국가’라는 나라를 공식 수립했다고 선포하고 전세계 무슬림들에게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30일 전했다. 이 단체 대변인은 무슬림의 신성한 금식월인 라마단 첫날인 29일 온라인 성명을 내어 “칼리프의 권능이 확대되고 그의 군대가 도착하면 모든 제후, 국가, 조직, 단체는 무효가 된다”며 “칼리프의 말에 귀기울이고 복종하라”고 말했다. 바그다디가 칼리프를 자임했다는 것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기반한 신정일치 국가를 세운 자신에게 전체 이슬람 세계가 충성과 지지를 보낼 것을 요구한 것이다. 대변인은 바그다디가 ‘칼리프 이브라힘’이란 호칭을 쓸 것이라고 밝히고, “모든 무슬림들은 민주주의 등 서구에서 온 쓰레기들을 거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가 수립 선언은 국제 지하디스트 운동은 물론 수니파 분파들의 내분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는 국제적 지하디스트 운동의 최고 권위세력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자와히리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라고 짚었다. 바그다디는 한때 오사마 빈라덴의 공식 후계자인 자와히리에게 충성 맹세를 한 뒤 알카에다 산하 지부로 자신의 조직을 운영했다. 하지만 알카에다는 바그다디의 조직이 지나치게 잔혹한데다 지도부의 지시를 거듭 무시하자, 올해 초 그를 공식 배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와히리가 바그다디의 칼리프 선언과 충성 맹세 요구를 용납할 리 없는 셈이다.

현재 ‘이슬람국가’ 세력권 내 수니파 내분도 문제다. 바그다디 세력은 시리아·이라크에서 주요 도시 상당수를 점령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각 부족 수니파 분파들의 느슨한 동맹을 바탕으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역사적·종교적 함의가 큰 칼리프 지위의 정통성을 바그다디에게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칼리프는 ‘뒤를 따르는 자’라는 뜻의 아랍어 ‘칼리파’에서 나온 말로, 예언자 무함마드가 632년 세상을 떠난 이후 그를 계승한 이슬람 공동체 최고 지도자를 이른다. 처음에는 이슬람 공동체 원로들이 칼리프를 선출해 정치·종교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선출 방식으로 후계자를 정한 ‘정통 칼리프’ 시대는 30년가량 4명의 칼리프를 거치는 동안만 이어졌을 뿐, 661년 이후로는 ‘세습 칼리프’ 시대로 넘어간다. 칼리프 제도는 무함마드 사후에 1300년가량 이어졌지만 권위에서는 부침을 거듭했다. 후대에는 오스만제국의 군주인 술탄이 쇠퇴기 왕조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칼리프 지위 계승을 강조했지만, 1차 세계대전 뒤 제국이 해체되고 무스타파 케말이 터키공화국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1924년 완전히 폐지됐다. 오스만제국 때 아라비아 메카 지방의 제후였던 후세인 빈 알리가 1924년 스스로 칼리프 선언을 했으나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왕가를 이룬 사우드 가문의 이븐 사우드에게 곧바로 축출당하는 등 ‘자칭’ 칼리프 선언은 수니파 내부의 반발이라는 부메랑을 부를 수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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