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프’ 자임·지나친 율법 강조에
반군 동맹세력들 “국가 합류 안해”
반군 동맹세력들 “국가 합류 안해”
칼리프 체제의 이슬람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반군 내 동맹 세력의 반발에 부닥치고 있다고 외신들이 1일 전했다. ‘이슬람국가’ 쪽과 동맹을 맺고 있는 수니파 여러 무장단체들은 시아파 위주의 이라크 정부 타도에는 뜻을 같이하지만, 이슬람국가 주도의 칼리프 체제 수립을 두곤 견해가 갈린다.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곳은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잔당 세력인 수니파 무장단체 ‘나크샤반디단의 군대’(나크샤반디)다. 바그다드 북동쪽 도시인 디얄라를 점령하고 있는 나크샤반디의 한 고위급 지휘관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이념은 이슬람국가의 극단주의와 다르다”며 “이슬람국가에 합류하거나 그 아래서 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국가 쪽이 우리 전사들과 우리 지역의 주민들을 향해 자신들의 방침을 따르도록 요구한다면, 그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디얄라 지역 나크샤반디의 2인자인 아부 아비드도 “우리는 이슬람국가의 칼리프 통치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슬람국가가 기만적이고 어떤 경쟁 세력도 제거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음을 잘 안다”며 “그들을 멈춰 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는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 점령지에서 처음엔 동맹 무장세력들과 협력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이들도 적으로 돌리고 분쇄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슬람 율법(샤리아) 적용도 시차를 두고 강화하는 전략을 썼다. 시리아 락까에선 올 봄 경쟁 반군 세력을 축출하고 나서야 음악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자들을 시내 광장에서 처형했다. 지난 6월초 점령한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서도 한동안은 율법 적용을 밀어붙이지 않다가, 지난 30일 칼리프 체제 선포와 더불어 물담배 금지령을 내리는 등 엄격한 적용에 나섰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반군 세력 내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경우, 칼리프 체제를 선포한 이슬람국가가 오히려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디언>은 이슬람 전문 언론인인 제이 엠 버거의 분석을 인용해 “모든 무슬림의 충성서약을 요구한 이슬람국가의 조처가 수니파 토착 세력과의 갈등을 키울 수 있으며, 토착 세력의 반발로 반군 세력이 분열되면 이슬람국가가 기존의 점령 지역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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