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풀릴 조짐에 서방자본 몰려
테헤란-유럽기업 왕래 잦아져
미 자본은 상황주시하며 소극적
테헤란-유럽기업 왕래 잦아져
미 자본은 상황주시하며 소극적
이란 핵협상 타결과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인들의 발걸음이 테헤란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란 경제인들의 유럽 방문과 투자자 접촉도 눈에 띄게 잦아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한 해 전만 해도 이란 상공회의소장이 한달 내내 외국 손님을 한 차례도 맞아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때가 많았다”며 “요즘은 상공회의소장이 중동·아시아·남미에서 온 무역 사절단을 거의 날마다 맞이하고, 유럽 수도들을 방문하고 있다”고 달라진 이란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란 핵협상이 최종 단계에 들어서자 세계 주요 기업과 투자자들이 사업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만 유럽 쪽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데 견줘, 미국 쪽은 정치적 예민함 탓에 훨씬 더 소극적인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이란과 주요 6개국은 경제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조건으로 핵협상의 기본 틀에 잠정 합의했다. 또 20일 최종 타결 시한을 앞두고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관련국들이 논의를 시작한 상태다. 물론 협상 시한이 여섯달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최종 합의가 이뤄지면 대부분의 경제봉쇄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럽의 거대 석유 기업들이 테헤란으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몇달 동안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 영국과 네덜란드 합작의 로열 더치셸,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업체 에니(ENI)의 고위 임원들이 이란 석유부와 접촉해 제재 해제시 시장 복귀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석유매장량이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2위인 에너지 대국이다.
서방 유학파 출신의 이란계 금융인들은 투자회사를 세워 유럽 투자자들의 테헤란 투자 상담 여행을 주선하고 테헤란 주식시장 임원들을 런던으로 초청해 언론, 금융기업과 회동하도록 다리를 놓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4월에 이란계 투자회사가 테헤란 주식시장 임원들을 런던으로 초청해 로이터와 도이치뱅크 관계자들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5월에는 유럽 투자자들이 직접 테헤란을 방문해 금융관료와 기업인들을 만나도록 해줬다고 전했다. 또 런던의 한 투자회사는 경제제재 해제시 이란에 투자할 펀드에 약 1억달러가량의 투자 약정을 받아낸 상태라고 덧붙였다.
유럽계 자동차 회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핵협상 잠정 합의 뒤 자동차 분야 제재가 일부 풀렸기 때문이다. 이란은 경제제재로 자동차 부속품 수입이 어려워진데다 국내 수요도 대폭 줄어들면서 2012년에 생산량이 39% 줄어드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란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업체가 최근 푸조 시트로엥과 르노 등과의 협력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다만 지엠과 포드 등 미국계 자동차 기업들은 이 회사의 투자 설명회 초대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에 대한 이란의 엇갈리는 애증은 테헤란 도처에서 보이지만 이란 회사들은 (미국의) 세계 최대 시장과 기술에 접근하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