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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학 박사 ‘닥터 이브라힘’…모든 무슬림의 지도자 자처

등록 2014-07-03 19:59수정 2014-07-03 22:15

지난달 30일 시리아 북서부 락까에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소속 반군들이 중무장한 채 이 단체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락까/AP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시리아 북서부 락까에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 소속 반군들이 중무장한 채 이 단체를 상징하는 검은색 깃발을 앞세우고 행진하고 있다. 락까/AP 연합뉴스
[세계 쏙] ‘칼리프 국가’ 선언 바그다디는 누구?
“이슬람국가는 국적을 초월한다. 아랍인과 비아랍인, 백인과 흑인, 동양인과 서양인 모두에게 형제의 땅이다. 모든 무슬림은 당신들의 나라인 이곳으로 서둘러 오라. … 나약함의 사슬을 걷어 치우고, 압제에 당당히 맞서자.”

지난 2일 ‘알하야트 미디어센터’ 명의로 인터넷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6쪽 분량인 이 연설문에는 ‘라마단(금식월)을 맞아 무자헤딘(이슬람 전사)과 무슬림 형제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란 긴 제목이 달려 있다. 발신자는 ‘아미룰 무미닌’(모든 무슬림의 지도자), 지난달 29일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계자(칼리프) 체제 수립을 발표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의 수장인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다.

‘라마단’ 맞아 “압제에 맞서자” 메시지
미국 이라크 침공하자 지하드 가담

빈라덴의 알카에다 지부에서 활동
2005년 미군에 체포 4년 수감생활

시리아 내전 틈타 반군진영 주도
알카에다에 독립 ‘ISIL’ 공식 선포

칼리프를 자칭한 바그다디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도 사실관계가 엇갈린다. 중동권 전문매체 <알모니터>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바그다디는 1971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125km 떨어진 사마라에서 태어났다. 바그다드의 이슬람대학교(현 이라크대학)에서 이슬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닥터 이브라힘’이란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가 언제부터 극단적 이슬람주의자가 됐는지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린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부터 과격 성향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학위를 마치고 고향에서 이맘(성직자) 생활을 하다가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본격적으로 지하드(성전)에 가담했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 그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맞서 아프간에서 오사마 빈라덴과 함께 싸웠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향에서 소규모 무장단체를 이끌던 그는 요르단 출신 테러리스트인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가 이끈 ‘자마아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일신교와 성전)와 결합하면서 활동 폭을 넓혔다. 자르카위는 2004년 10월 빈라덴에게 ‘충성 서약’을 하고, 단체 이름을 ‘이라크 알카에다’(AQI)로 바꾼다.

미군의 점령에 맞선 수니파의 저항이 불을 뿜으면서, 자르카위는 2006년 1월 무장단체 6개를 묶어 ‘무자헤딘 슈라 위원회’를 구성하며 기세를 올렸다. 바그다디가 이 단체 핵심으로 활동했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가 2005년 미군에 체포돼 바그다드 남부 ‘캠프 부카’에서 4년여 수감생활을 했다는 점에 비춰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자르카위는 2006년 6월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했고, 오마르 바그다디가 단체를 물려받아 이라크이슬람국가(ISI)로 이름을 바꿨다.

2009년 여름, 철군을 앞두고 미군은 바그다디를 포함해 이라크인 수감자 전원을 이라크 당국에 인계했다. 당시 캠프 부카 부대장이었던 케네스 킹은 최근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쪽으로 신병을 넘기던 날, 바그다디는 ‘다음에 뉴욕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당시 캠프 부카 주둔병력 대부분이 뉴욕 출신이었다. 바그다디는 우리가 눈여겨 본 ‘고위험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은 농담으로 여겼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석방된 뒤 이라크이슬람국가를 이끌게 된 바그다디에게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기회’였다. 그는 휘하의 무장세력을 시리아로 침투시켜 알카에다 지부격인 ‘누스라 전선’을 꾸렸다. 이 단체는 발군의 전쟁 수행능력을 선보이며 반군 진영을 주도했고, 바그다디는 2013년 4월 누스라 전선과 기존 ‘이라크 이슬람국가’의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아이만 자와히리가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바그다디는 “신을 따를지 자와히리를 따를지 결정해야 한다면, 당연히 신을 따르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독립 선언’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단체가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다. 이후 바그다디 추종세력과 알카에다 잔존세력은 서로에게 총질을 해댔고, 결국 자와히리는 지난 2월 바그다디와 공식 절연을 선언했다.

락까를 비롯한 시리아 북서부를 장악한 바그다디는 올 초부터 팔루자·라마디 등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를 거점으로 바그다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랍 위성방송 <알아라비아>는 “(지난 6월 초) 국경을 넘어온 이슬람국가 반군이 단숨에 이라크 제2대 도시 모술을 장악한 것도 사전에 치밀한 물밑작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바그다디는 점령지에서 ‘건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칼리프’에 올랐다. 물적 실체가 없는 알카에다의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셈이다. 이라크군에게서 빼앗은 미국제 무기를 시리아 전선에 투입하며 두 전쟁을 아우르고 있다. 바그다디의 기세를 쉽게 꺾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알모니터>는 “이슬람국가 수립에 반발한 수니파 반군의 분열을 예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바그다디의 ‘빛나는 성과’를 눈여겨 본 세계 각국의 극단주의자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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