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라프 가니 후보
가니, 100만표차 당선 유력
압둘라 후보 결과 수용 거부
대규모 부정 의혹에 정국혼란
압둘라 후보 결과 수용 거부
대규모 부정 의혹에 정국혼란
아프가니스탄이 대선 결선투표를 치른 지 20여일 만에 아슈라프 가니(사진) 후보가 56.44%를 득표해 압둘라 압둘라 후보를 100만표 차이로 제쳤다는 잠정 개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투표소 가운데 3분의 1이 투표 부정 조사 대상인데다 2위인 압둘라 후보도 결과 수용을 거부해 정국은 불투명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후임을 뽑기 위해 지난달 14일 치른 대선 결선에서 가니 후보가 450만표를 얻고, 압둘라 후보가 350만표(득표율 43.56%)를 얻은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전했다. 하지만 아프간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번 집계가 최종적인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투표 부정 의혹 탓에 전체 2만3000여 투표소 가운데 7000여 곳에 대한 조사를 벌여야 하는 탓이다. 최종 발표는 22일께 나올 예정이다. 현재 두 진영은 상대편이 투표 부정을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있다.
압둘라 후보 쪽의 반발이 훨씬 거세다. 그는 지난 3월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는 45%의 득표율로 31.5%에 그친 가니 후보를 크게 앞섰다. 압둘라 후보의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이를 국민에 대한 쿠데타라고 생각한다”고 비난했다. <로이터>는 “이런 거부는 부족간 유혈 충돌을 초래하거나 이미 부족간 분열이 깊은 이 나라가 산산히 쪼개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당선이 유력해진 가니 후보는 아프간 내 최대 부족인 파슈툰족으로 미국 유학 뒤 세계은행에서 10년간 근무하고 카르자이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테크노그라트다. 파슈툰족인 카르자이 대통령 쪽은 가니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압둘라 후보는 파슈툰족과 아프간 내 제2의 부족인 타지크족의 혼혈로 파슈툰보다는 타지크족의 지지를 더 받고 있다. 그는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 무자헤딘(무장 저항세력)이었고 이후 반탈레반 전선을 구축한 북부동맹 소속으로 활동했다. 미국의 탈레반 축출 뒤 과도정부 외무장관도 지냈지만, 카르자이 대통령과는 정적 관계다.
올해 말 아프간의 미군 철수를 앞두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부족간 충돌 등 혼란을 우려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8일 성명을 내어 “탈법적 수단으로 정권을 잡으려고 시도하면 금전·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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