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아랍인과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12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어린이들을 구하자’는 글귀와 함께 이스라엘 국기에 있는 ‘다윗의 별’ 대신 독일 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하켄크로이츠)를 그려 넣은 팻말이 눈에 띈다. 산티아고/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차별공습
닷새째 160여명 숨져…77% 민간인
‘면피성’ 대피경고가 희생 키워
닷새째 160여명 숨져…77% 민간인
‘면피성’ 대피경고가 희생 키워
국제 사회의 휴전 요구에 아랑곳없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무차별 공습을 이어갔다. 12일에는 이슬람 사원과 장애인 보호소 등 종교·민간 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퍼붓더니, 13일엔 처음으로 지상군까지 들여보냈다. 12일 하루에만 팔레스타인 쪽 사망자가 52명에 이르러, 이스라엘의 공습 개시 이래 전체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60여명으로 늘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른 사망자의 77%가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3일 새벽 가자지구 북부로 특수부대를 투입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로켓 발사대를 공격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지난 8일 이스라엘이 본격적인 군사작전에 나선 이래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들여보낸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와 교전한 뒤 귀환했으며 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이스라엘군이 밝혔다. 하마스 쪽에선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작전이 이스라엘의 전면적인 지상 공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12일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로켓포 발사대와 지휘소, 무기 제조소와 보관소 등 ‘테러’ 관련 시설 158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무기 보관소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두 곳을 공습했다. 이날 새벽에는 가자 북부에 있는 장애인 보호 자선단체 ‘베이트 라히야’를 폭격해 2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이 단체 소장 자밀라 알라이와는 “사망자 2명은 모두 심각한 정신적·육체적 장애가 있는 여성”이라며 “이스라엘은 경고도 없이 우리를 폭격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엔 가자시티 동부 투파에 있는 하마스 경찰 수장 타이시르 알바트시의 3층 집에 미사일 4발을 퍼부었다. 이 공격으로 일가족 17명이 숨지고 알바트시 등 30여명이 다쳤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이밖에도 은행과 병원 사무실, 기술대학 등의 민간시설이 공격당했다고 하마스는 밝혔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이번 공습은 극악무도한 범죄”라며 “이스라엘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시설과 지휘부의 자택 등을 표적으로 삼았을 뿐이고, 공격 전에 주민들에게 대피 경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또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첼렘’은 “경고 직후 바로 공격이 이뤄져 주민들이 대피할 시간이 없었다”며 “하마스의 인간방패 이용이 국제인권법 위반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이스라엘이 국제인권법을 어길 핑곗거리가 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마스 쪽도 이스라엘의 대피 경고는 심리전이라며 주민들에게 머물 것을 촉구하는 등 민간인의 안전은 나몰라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텔아비브를 향해 로켓포 등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로켓포 대부분이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에 격추되거나 헤브론, 베들레헴 등 다른 지역에 떨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2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국제인권법을 존중하고 2012년 11월 휴전 합의를 원상회복하라고 촉구했다. 또 나비 필레이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대표는 이날 이스라엘에 민간인 살상을 금한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10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즉각 정전을 촉구한 바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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