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국회의장은 뽑았는데…
수니파 인선 배경 놓고 정파간 이견
시아파 “총리는 말리키로 합의”
수니파 “정파간 합의 없었다”
수니파 인선 배경 놓고 정파간 이견
시아파 “총리는 말리키로 합의”
수니파 “정파간 합의 없었다”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의 위협에도 정파간 분열로 공전만 거듭하던 이라크 의회가 15일 의장 인선에 성공했다. 국가 위기에 대처할 새 정부 구성에 중대한 진전이란 평가도 있지만, 종파·민족간 이해로 갈가리 찢긴 정치권은 여전히 서로 딴소리를 해 향후 정국은 불투명하다.
이라크 의회가 15일 투표를 실시해 온건 수니파인 살림 주부리 의원을 의장으로 뽑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새 정부 구성의 중대 절차에서 첫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 뜻을 밝혔다.
이라크 의회 권력은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세력으로 나뉘어 있어서 비공식적 합의로 총리·국회의장·대통령 직위를 각 정파가 나눠 갖는다. 사실상 물밑 인선과 합의가 있어야 의회 표결을 통과할 수 있는 구조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는 지난달 말에 의회 개원일인 지난 1일까지 총리·국회의장·대통령 인선을 마무리 짓고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새 정부 구성을 합의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치권은 실패했다. 시아파 종파주의의 주범으로 비난을 사는 누리 말리키 현 총리의 재집권을 반대하는 수니파와 쿠르드족의 압력이 거센데도 그가 집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법치국가연합은 과반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해 차기 정부 구성에 우선권이 있다.
주요 정파들은 일단 수니파 몫인 국회의장 인선에는 합의했지만, 이 배경을 놓고 ‘동상이몽’ 발언들이 속출한다. 말리키 총리와 같은 당 소속인 압바스 바야티 의원은 “시아파 정파의 주부리 지지는 말리키 총리 지명 때 호혜적 지지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상대 정파와 윤리적·정치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부리 새 의장과 같은 수니파 정파 소속인 무함마드 이크발 의원은 이런 합의를 부인했다. <에이피>는 이와 관련해 “새 정부 구성에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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