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무차별 공습을 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15일 한 어린이가 폭격으로 커다란 구멍이 뚫린 주택가 벽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라파/AP 연합뉴스
하마스 휴전거부에 즉각 공습 재개
“평화 거부한 대가 치르게 할것”
하마스에 인도주의 책임전가 의도
“평화 거부한 대가 치르게 할것”
하마스에 인도주의 책임전가 의도
1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전날 잠정 휴전 선언 불과 몇시간 만에 공습을 재개한 이스라엘이 공세의 수위를 높이면서, 인도적 재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 <마안뉴스> 등 현지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불을 뿜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선 5살 여자 어린이가 공습을 당한 건물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는 등 모두 8명이 숨졌다. 이로써 지난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04명까지 늘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이번 사태는 2008년 12월~2009년 1월 이스라엘이 지상군 병력까지 동원해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한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짚었다.
앞서 이스라엘 쪽은 15일 오전 9시께 이집트가 마련한 중재안을 받아들여 잠정 휴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마스의 로켓공격이 이어지자 이날 오후 기다렸다는 듯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가자지구 동부와 북부지역에 사는 10만명가량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16일 오전 8시까지 안전을 위해 대피하라”고 경고한 뒤 맹폭을 퍼부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공습 재개에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평화를 거부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습 재개의 책임을 하마스 쪽에 떠넘긴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애초 이스라엘로선 이집트의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그에 따라 양쪽이 무력행사를 자제해도 그만이고, 하마스가 이를 거부하면 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세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가자지구 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현지 국제적십자사(ICRC) 관계자의 말을 따 “기온이 급격히 올라가는 시기여서 공습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며칠 안에 가자지구 주민 전체가 극심한 물 부족 사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식수는 부족하고, 처리되지 않은 하수와 오폐물이 넘쳐나면 전염병이 돌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16일 내놓은 최신 자료를 보면, 가자지구 전역에서 물 공급이 차단될 위험에 처한 주민은 약 60만명에 이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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