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시파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다친 여자 어린이를 치료하고 있다. 열흘에 걸친 무차별 공습 끝에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10시38분께 지상군 병력을 투입해 가자지구 전면 침공에 나섰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5년만에…라파 등서 인명피해 속출
보병·포병·기갑부대 등 대거 투입
하마스 “끔찍한 결과 따를 것 경고”
교황, 두 나라에 즉각 휴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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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습 열흘 만에 지상군을 투입해 전면 침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인명피해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인터넷 매체 <와이넷> 등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지상군 병력이 가자지구 경계를 넘어선 것은 17일 밤 10시38분께다. 보병·공병·포병과 기갑부대 등이 작전에 대거 투입됐으며, 해상에 배치된 군함의 함포사격과 전폭기의 공습이 동시에 진행됐다. <와이넷>은 “지난 15일 하마스가 이집트의 중재안을 거부한 직후 지상군 투입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지상군 투입에 앞서 전기가 끊기면서 가자지구 일대가 암흑천지가 됐으며, 밤하늘엔 조명탄이 날아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탱크와 70t이 넘는 초대형 방탄 불도저(D-9)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라파와 북부 베이트하눈·베이트라히야 등지로 진입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예비군 1만8000명에게 추가로 동원령을 내렸다. 이로써 가자지구 공습이 본격화한 지난 8일 이후 지금까지 동원령이 내려진 예비군 병력은 6만5000명으로 늘었다. 페테르 레르네르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지상군 병력 투입을 결정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통하는 땅굴 등 하마스의 ‘테러 인프라’를 제거하는 게 이번 작전의 목표”라고 밝혔다.
하마스 쪽은 즉각 ‘끔찍한 결과’를 경고하고 나섰다.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지도부도, 팔레스타인 주민도 이스라엘군의 지상군 병력 투입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어리석은 짓’에는 끔찍한 결과가 뒤따른다는 점을 이스라엘 쪽에 경고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병력을 투입한 것은 2008년 12월~2009년 1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3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파상공세로 팔레스타인 쪽에서만 14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8일부터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이 지속된데다, 이날 지상군까지 투입되면서 가자지구 주민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18일 현지 응급구조대 관계자의 말을 따 “가자지구 경계를 넘어온 이스라엘군 탱크의 포사격으로 남부 라파에서 생후 5개월 된 영아를 포함해 5명이 숨지는 등 곳곳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유엔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5시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이 종료된 17일 오후 3시께부터 이스라엘군은 함포사격과 전폭기 공습 등을 재개했다.
이날 밤 가자지구 주민 사라 알리는 트위터를 통해 “하늘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땅에서까지 이스라엘군이 문자 그대로 전방위적으로 가자지구를 때려대고 있다”고 다급하게 알렸다.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은 “17일에만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어린이 6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 숨졌다. 지상군 투입 직후부터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현재까지 숨진 가자 주민은 모두 246명까지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현지를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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