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병사들이 23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의 접경지역에서 하마스의 것으로 보이는 땅굴 입구를 발견해 살펴보고 있다. 가자/신화 연합뉴스
인권이사회, 조사위 구성 결의안 채택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이미 민간인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기구 대표(인권고등판무관)는 무차별적 민간인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국제사회는 독립 조사위를 긴급히 파견해 가자지구에서 자행된 국제인권법 위반과 범죄 사실을 확인하고 책임자들을 규명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팔레스타인이 초안을 작성한 결의안에는 46개 회원국 중 아랍 국가와 중국, 러시아 등 29개국이 찬성했다. 미국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유럽 국가를 포함한 17개국은 기권했다. 한국도 기권했다.
필레이 유엔인권기구 대표는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민간인 공격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가자지구의 집과 해변에서 놀다 이스라엘의 공격에 의해 희생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언급하면서 “국제 인도주의 법을 위반한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5일 가자시티 부근 바닷가에서 축구를 하던 팔레스타인 어린이 4명이 이스라엘 군함의 포격으로 숨졌다.
한국 출신의 강경화 유엔인권기구 부대표 겸 인도주의·긴급구호업무조정관은 회의에서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 의료센터 5곳을 비롯해 팔레스타인의 의료시설 중 최소한 18곳이 공습과 포격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랜스 바톨로뮤즈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법무담당관은 지난 22일까지 가자 인구의 6%인 11만8000명이 난민 대피소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유엔인권이사회의 결의를 “웃음거리”라고 깎아내렸다.
이스라엘의 공습 17일째인 24일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는 714명으로 늘었으며, 이 중 80%는 민간인이라고 가자지구 보건당국이 밝혔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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