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그리스정교 예배당인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의 예수 성화 앞에 이슬람 교도인 일가족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머물고 있다. 가자/김상훈 교수
르포 울부짖는 가자
이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임시휴전을 한 사이 팔레스타인 피난민들이 잠시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하눈의 집으로 돌아가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며 가재도구를 챙기고 있다. 가자/김상훈 교수
난민 300여명 임시휴전 틈타
그리스정교 예배당으로 피신
대주교 “난민 돕는건 교회의 의무” 26일 교회의 작은 마당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건물 안 예수 성화 아래에선 히잡을 쓴 무슬림 여인들이 평화롭게 잠을 청하거나 아기를 돌보고 있었다. 기도시간이 되자 십자가가 그려진 문 앞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하는 난민들도 보였다. 며칠 전 근처에 폭탄이 떨어져 교회에 파편이 날아든 적도 있고 간간이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교회 건물에 직격탄을 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애써 마음의 평화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좁은 교회 안에 너무 많은 피난민이 몰려든데다 갓난아기를 비롯한 어린이들을 먹일 식량 등도 충분하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유엔이 운영하는 임시대피소 70여곳도 이미 10만명이 넘은 난민으로 한계점에 다다랐고, 최근엔 그중 한 곳이 폭격을 받아 16명이 숨지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중동과 서구의 끊임없는 갈등이 종교 때문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한 손에는 코란(꾸란), 한 손에는 칼’이라는 문구로 대표되는, 이슬람교가 폭력적으로 타 종교를 배척한다는 편견은 오해다. 코란의 2장에는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라는 구절이 있고, 지금까지 중동을 여러 번 취재하는 동안 나에게 강압적으로 이슬람교를 강요하는 무슬림은 한명도 없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근원은 석유 패권과 관련된 서구의 중동 정책과 유대민족주의 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전쟁의 비극 속에서 진정한 종교적 화해가 이뤄지고 있는 성 포르피리오스 교회에서, 종교를 내세우며 학살을 거듭하고 있는 역설을 가슴 아프게 고민하게 된다. 김상훈 강원대 교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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