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 이라크 최대 모술댐 장악
“수문 한꺼번에 열거나 모두 잠글 수도”
“수문 한꺼번에 열거나 모두 잠글 수도”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북부에서 수력발전용 댐과 유전을 추가로 장악했다. 지난 6월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이슬람국가가 시리아 국경지대는 물론 쿠르드족 자치지역까지 넘보기 시작하면서, 이 일대의 긴장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4일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이라크 북부의 티그리스 강가에 자리한 모술댐(옛 사담댐)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인 1986년 가동을 시작한 모술댐은 최대 담수량이 111억㎥에 이르는 이라크 최대 규모의 댐이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은 공세를 개시한 이래 24시간도 되지 않은 3일 댐을 방어하던 쿠르드민병대(페슈메르가)를 격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3년 미국의 침공 직후 후세인 정권의 공화국 수비대는 이 댐을 폭파해 티그리스 강을 범람시키려 했지만, 미군의 선제공격으로 무위에 그친 바 있다. <알자지라>는 “모술댐을 장악한 이슬람국가가 댐의 수문을 한꺼번에 열어 ‘수공’을 펼치거나, 반대로 수문을 모두 잠궈 하류지역이 용수난을 겪게 만들 수도 있게 됐다”고 내다봤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은 이미 점령한 북부 최대도시 모술 인근 주마르와 시리아 국경에 가까운 신자르·라비아 등 3개 소도시도 추가로 장악했다. 신자르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 국경 지역에는 고대 조로아스터교에 뿌리를 둔 쿠르드계 야지디족이 몰려 있다. 이슬람국가는 이들을 ‘이교도’로 여기고 있어, 상당수 주민이 피난길에 나섰다.
<비비시>(BBC) 방송은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이라크 특사의 말을 따 “신자르는 물론 이 일대 주민 약 20만명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을 피해 인근 산악지역으로 몸을 피한 상태”라며 “이들 대부분이 물과 식량 등 생필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인도적 참극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인 잘라 유전도 이슬람국가 수중에 떨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이슬람국가는 이미 확보한 4개 유전지대와 함께 소규모이긴 하지만 추가로 유전을 장악하면서, 활동자금 마련을 위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짚었다.
이라크 정부가 수도 바그다드 방어를 위해 정부군을 철수시킨 이후, 이 일대는 일부 시아파와 쿠르드족 민병대가 방어해왔다. 쿠르드 민병대는 후세인 정권 시절 실전 경험까지 갖춰,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의 ‘남하’를 막을 수 있는 버팀목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로이터>는 “쿠르드 자치정부는 최근 이라크 중앙정부의 반발에도 미국 쪽에 대규모 무기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쿠르드 민병대가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에 밀리면서 미국 쪽도 (무기지원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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