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공무원이 4일 라고스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여행객에게 체온계를 들이대고 있다. 나이지리아 당국은 이날 의사 한 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보건 종사자에게 방호복을 지급하고 공항과 항만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라고스/AP 연합뉴스
1312만명 수도서 발생 공포확산
라이베리아서 감염된 미국 환자
나이지리아 방문 치료받다 숨져
진료 의사는 확진…접촉자 격리
WHO “1603명 감염·887명 사망”
“박쥐 배설물 등이 매개체” 추정
도시간 항공여행으로 전파 우려
라이베리아서 감염된 미국 환자
나이지리아 방문 치료받다 숨져
진료 의사는 확진…접촉자 격리
WHO “1603명 감염·887명 사망”
“박쥐 배설물 등이 매개체” 추정
도시간 항공여행으로 전파 우려
에볼라 공포가 전세계로 번지는 가운데 나이지리아의 ‘메가시티’ 라고스에도 에볼라가 상륙하면서 치명적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서아프리카 3개국에 번진 에볼라가 아프리카 대륙 최대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이지리아를 휩쓸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나이지리아 최대 도시 라고스의 의사 한 명이 라이베리아에서 온 에볼라 환자를 진료한 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4일 전했다. 이 의사는 지난달 20일 라이베리아 수도 몬로비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라고스 공항에 도착한 직후 쓰러진 패트릭 소여(40)를 진료했던 의료진 가운데 한 명이다. 라이베리아계 미국인인 소여는 금융 부처 공무원으로 업무상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라고스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닷새 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이후 그를 진료한 의료진 가운데 의사 한 명이 에볼라 감염자로 확진됐고, 다른 의료진 3명도 관련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고 있다. 나이지리아 보건당국은 숨진 소여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70명의 신원을 확인해 이 가운데 8명을 격리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7700만명에 이르며, 라고스는 인구가 1312만명으로 아프리카의 대표적 경제·교통 허브도시다. 이 때문에 에볼라가 나이지리아를 휩쓴다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개국에 바이러스가 번진 지금까지의 상황을 뛰어넘는 세계적 보건 위기를 부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 현재 나이지리아까지 포함한 서아프리카 4개국에서 1603명의 감염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887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에볼라는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당시 자이르)에서 처음으로 바이러스 존재와 발병이 확인된 이래 아프리카에서 주기적으로 유행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산 속도와 규모, 유행 지역과 양태 등에서 완전히 달라진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에볼라가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우간다 등 아프리카 중부와 동부의 오지와 시골에서 주로 발생했다. <뉴욕 타임스>는 “과학자들은 박쥐 배설물 등을 바이러스 매개체로 보고 있다”고 전한다. 그래서 에볼라 유행은 박쥐 등 야생생물과 접하기 쉬운 밀림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수준에 그쳤고 감염자나 사망 규모도 많아야 지금의 절반을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 2월 기니 남동부의 은제레코레주의 외딴 지역에서 에볼라 발병이 처음으로 보고된 직후 인구 200만명의 이 나라 수도 코나크리 등 서아프리카 대도시의 인구 밀집 지역으로 빠르게 번져갔다. 박쥐의 이동이 이 지역에 처음으로 에볼라가 출현한 계기가 됐을 수 있지만, 확산 속도에 불을 붙인 것은 이들 지역의 도시화와 증가한 도시간 이동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실제 에볼라가 처음 발생했던 1970년대엔 아프리카의 도시화율이 20% 안팎이었지만 현재는 40%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나이지리아 사례는 대도시간 항공 여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사리 국경을 넘을 수 있음을 확증해준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에볼라 위기 대응을 위해 서아프리카 3개국에 2억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도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에 5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추가 제공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정세라 김외현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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