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쪽 이교도 규정
정착촌서 산악지대로 피난
4만여명 살해위협 받아
정착촌서 산악지대로 피난
4만여명 살해위협 받아
이라크 북서부에 거주하는 소수 종족인 야지디족 주민 수만명이 산악지대에 고립된 채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들은 지난 3일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이하 이슬람국가)가 북서부 일대 3개 도시를 장악한 직후 피난길에 올랐다.
<가디언>은 7일 유엔 관계자의 말을 따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야지디족 주민 4만명 가량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을 피해 신자르 산자락 9곳에서 대피해 있다”며 “이들은 산에서 내려가면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에게 살해될 위협에 처하게 되고, 산에 계속 있다간 굶주림과 탈수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키피디아>는 전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야지디족은 약 70만명으로, 이 가운데 50만명 가량이 이라크 북서부 니네베주를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고 전한다. 쿠르드어를 사용하는 야지디족은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를 따른다. 이 때문에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은 야지디족을 ‘우상숭배자’로 여긴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이 신자르 등 니네베주 3개 도시를 잇따라 장악한 지난 3일 무렵 어린이 40여명을 포함해 약 500명의 야지디족이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신자르 인구 약 30만명 가운데 현지에 남아 있는 주민은 2만5000여명에 불과하다. 이들마저도 (이슬람 수니파로) 개종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주민들이 피신해 있는 신자르 산은 해발 1356m의 고지대다. <가디언>은 대피해 있는 주민의 말을 따 “식량도 물도 부족하다. 10명이 빵 한 조각을 나눠 먹고 있다. 물을 긷기 위해 2㎞ 넘게 걸어야 한다”고 전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의 기습을 받고 신자르 지역 일대에서 퇴각했던 쿠르드족 민병대 페슈메르가도 태도를 바꾸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쿠르드 민병대가 6일 자치정부 수도 격인 에르빌에서 남서쪽으로 약 40㎞ 떨어진 지점에서 이슬람국가 무장세력과 격렬한 공방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자바르 야와르 페슈메르가 사무총장은 “지금껏 수세적 방어에 집중했지만, 공세적으로 전술을 바꿨다. 앞으로는 이슬람국가 무장세력과 정면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