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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미 공습’ 이라크 반군에 호재?

등록 2014-08-10 20:38수정 2014-08-10 22:08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 대원들이 9일 ‘이슬람국가’ 반군들과 전투 도중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80㎞ 떨어진 마을인 마크무르에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마크무르/AFP 연합뉴스
이라크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 대원들이 9일 ‘이슬람국가’ 반군들과 전투 도중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80㎞ 떨어진 마을인 마크무르에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마크무르/AFP 연합뉴스
[미국, 이라크 반군 공습]
알카에다 넘는 ‘반미’ 핵심 등극
‘이슬람 대표주자’ 명분 얻게 된 셈
민간인 피해땐 민심 얻을 가능성도
미국이 이라크에서 다시 공습을 시작했다. 2011년 12월 전면 철군 이후 2년8개월여 만에 ‘군사행동’을 재개한 것이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지역에서도 전면전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라크 정치권은 여전히 사분오열이다. 이라크 북부 일대를 휘젓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기세를 꺾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은 이미 올 1월 요르단 국경으로 통하는 서부 안바르주 일대를 장악하면서 이라크 내부에 거점을 마련했다. 6월10일 소규모 병력으로 삽시간에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북부 모술을 장악한 것도 치밀한 사전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슬람국가는 애초부터 멀리 레바논에서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 북서부와 요르단까지 이른바 ‘레반트’ 지역의 핵심을 자신들의 ‘영토’로 지목해왔다.

이슬람국가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적통’ 격인 알카에다를 이미 여러 면에서 앞질렀다. 지난 6월25일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것은 이슬람국가가 ‘물적 실체’를 갖췄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리아 내전에서 쌓은 실전 경험은 이라크 북부에서 정규군을 상대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를 장악해 막강한 재원까지 갖췄다.

이렇게 되자, 철수했던 미국이 이라크로 돌아와 공습에 나섰다. 미국과 맞서 싸우는 ‘이슬람의 대표주자’를 자처했던 이슬람국가는 그에 걸맞는 ‘명분’을 얻게 된 셈이다. 미국의 공습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반미 성향이 깊이 뿌리 내린 이라크 민심이 이슬람국가 지지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습을 위주로 한 제한적 형태의 군사작전만으론 이슬람국가를 패퇴시킬 수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리비아에선 통했다. 미국과 나토군의 대대적인 공습 아래 잘 무장된 리비아 반군이 있었기에 무아마르 가다피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여가 흐른 지금, 리비아에선 반군세력 간 내전이 불을 뿜고 있다.

이라크에선 리비아의 반군 노릇을 할 만한 세력조차 찾기 어렵다. 그나마 실전 능력이 있다고 평가됐던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마저 이슬람국가의 기습 앞에 무기력했다. 따지고 보면, 1990년대 중반 미국과 나토가 이라크 북부지역에 ‘비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이후 쿠르드 자치지역에선 이렇다 할 교전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페슈메르가의 능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뒤늦게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슬람국가는 9일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인 아르빌에서 불과 50㎞ 떨어진 궤르 지역까지 진격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4월 말 총선을 치른 이라크 정치권은 이제껏 새 정부 구성조차 매듭짓지 못했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까지 나서 사임을 압박했음에도, 누리 말리키 총리는 3연임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연설에서 “차기 총리 지명과 관련해 어떤 외부의 개입 시도도 헌법에 반하는 일”이라며 “위헌적인 방법으로 차기 총리가 선임된다면, 재난적 상황이 닥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정부 구성이 늦어진다면, 미국은 군사적 개입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스티븐 시몬 미국 중동연구소(MEI) 선임연구원은 8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미국의 공습은 결국 이라크 정치권이 현상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공습으로 보호하고자 했던 야지디 등 소수파에게도 친미 딱지를 붙여 이들의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지금으로선 이라크 상황이 이슬람국가의 셈법에 따라 돌아가는 모양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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