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북부의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사람들이 10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의 위협을 피해 티그리스강 위의 다리를 건너 시리아로 피신하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야지디족을 이교도로 간주하고 있어, 야지디족은 산악지대와 시리아 등으로 대피하고 있다. 미국은 야지디족에 대한 대량학살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주부터 이라크에 대한 공습을 하고 있다. 피슈카보르/AP 연합뉴스
마숨 대통령, 새 총리 아바디 지명
시아·수니·쿠르드 통합정부 뜰듯
미, 쿠르드민병대에 무기지원 나서
시아·수니·쿠르드 통합정부 뜰듯
미, 쿠르드민병대에 무기지원 나서
이라크 신임 대통령이 종파 갈등을 부추긴 ‘주범’으로 지목된 누리 말리키 총리를 대신할 새 총리를 지명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인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대처할 이라크의 시아-수니-쿠르드 통합 거국정부 구성이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이라크 정치통합 해법을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도 군사개입에 좀더 나은 명분을 얻게 됐다.
<비비시>(BBC)는 11일 이라크 관리들의 말을 따서 푸아드 마숨 대통령이 시아파 정치인 하이다르 아바디(62)를 총리로 지명하고 새 정부 구성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시아파 정파들이 이슬람다와당 대변인이자 의회 부의장인 아바디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데페아>(dpa) 통신은 현지 매체의 보도를 인용해 시아파 정파 소속 의원 173명 가운데 127명이 아바디 지명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시아파 종파주의 통치로 수니, 쿠르드계와 갈등을 빚었던 말리키 총리는 마숨 대통령에게 자신의 총리 지명을 요구하며 소송 제기까지 위협했으나, 결국 같은 시아파 정파 안에서 배제됐다. 말리키 총리는 자신이 이끄는 이슬람다와당을 중심으로 시아파 정파들을 규합해 ‘법치국가연합’을 꾸린 뒤 지난 4월 총선에서 328석 가운데 92석을 차지하며 최대 정파의 수장이 됐다. 이라크 헌법상으로는 지난달 선출된 쿠르드계 마숨 대통령이 지난 8일까지 제1당에서 총리를 지명해야 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 반군이 바그다드를 위협하고 수니파와 쿠르드계가 말리키 총리한테서 완전히 등을 돌린데다 미국도 직간접적으로 그의 퇴진을 압박했다. 말리키는 친위 쿠데타 움직임까지 보였으나, 결국 시아파 정파들이 아바디를 대안으로 내세우면서 총리 3연임 꿈이 무너졌다. 이슬람권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10일 “최근 이라크 시아파 최고 성직자인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가 사실상 사임을 요구하자, 말리키 총리가 ‘정치는 정치인에게 맡기고 종교인 본분에 충실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강력 반발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새 총리로 지명된 아바디는 1980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땄으며, 사담 후세인 집권 시기에는 영국에서 계속 망명 생활을 했다. 이후 2003~2004년 이라크 과도정부에서 통신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미국은 이라크 정치권이 통합적 거국정부를 꾸리도록 압박하기 위해 군사개입을 늦추다가 이슬람국가 반군이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지난주 마지못해 공습에 나섰다. 미국은 쿠르드 민병대 페슈메르가에 직접 무기를 지원하고 나서는 등 군사지원을 대폭 강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