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 주축
의회에 불만·GNC 재소집 요구
1700개 무장세력 활동…내전 격화
의회에 불만·GNC 재소집 요구
1700개 무장세력 활동…내전 격화
리비아가 ‘제2의 소말리아’로 변하고 있다. 무정부 상태의 내전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형국이다.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외곽의 국제공항과 그 주변 지역에서 무장 민병대들 사이의 치열한 교전 끝에 23일 이슬람주의 세력을 주축으로 한 민병대 세력이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24일 보도했다.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이슬람주의 세력과 동부 도시 미스라타 출신의 무장세력들이 연합한 민병대로 알려졌다. 이 민병대의 대변인은 최근 구성된 리비아 의회가 불법이라며, 이슬람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임시통치기구였던 총국민회의(GNC)의 재소집을 요구했다고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리비아 의회 쪽은 공항을 장악한 민병대 세력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정부군이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는 수도 트리폴리를 장악한 무장세력에 쫓겨 동부 도시 토부룩으로 피신한 상태로 유명무실한 존재다. 지난 2011년 2월, 40년 넘게 통치했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무장봉기에 의해 타도된 이후 리비아는 과도정부가 4차례나 바뀌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지난 6월 총선을 통해 구성된 새 의회도 아무런 실권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선 지역과 이념으로 분열된 1700여개의 무장세력들이 활거하고 있다. 이번 트리폴리 공항을 둘러싼 교전도 무장세력들간의 충돌이다. 최근까지 트리폴리 공항을 장악했던 세력은 남부 도시인 진탄 출신의 민병대로, 올해 초 과도정부를 무너뜨린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의 동맹세력이었다.
현재 리비아 무장세력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첫째, 과도정부 쪽 무장세력이다. 이들은 주로 과거 정부의 군과 치안병력 출신이며, 주로 국가 기간시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리비아의 정규군인 ‘리비아군’ △과거 수도 트리폴리 방위를 책임졌던 ‘리비아혁명공작단’(LROR)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민병대 쪽 무장세력이다.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 △진탄과 서부 나푸사 산맥 지역의 23개 민병대 세력의 연합인 ‘알-진탄혁명위원회’ 등이 있다.
현재 리비아는 이런 무장세력들 간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전선없는 내전의 수렁에 휩쓸리고 있다. 프랑스가 주축이 된 서방 국가들은 카다피를 축출한 뒤, 리비아의 혼란을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프타르 장군의 리비아국민군으로 대표되는 친서방 쪽 무장세력과 안사르 알 샤리아 여단 쪽으로 상징되는 이슬람주의 세력이 이번에 트리폴리 공항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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