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앞선 사전조치 가능성
IS 지도부, 시리아 락까에 은신
미국서 직접개입 목소리 커져
IS 맞선 아사드 지원 모양새 ‘곤혹’
IS 지도부, 시리아 락까에 은신
미국서 직접개입 목소리 커져
IS 맞선 아사드 지원 모양새 ‘곤혹’
미군이 시리아 내부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정찰비행을 시작했다. 정찰비행은 통상 공습에 앞선 사전 조처여서, 시리아 내전에 미국이 조만간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26일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 아래 미 국방부가 25일 밤 U-2 정찰기와 무인항공기 등을 시리아 상공에 투입했다”며 “이는 미국이 시리아에서 직접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조처”라고 보도했다. 3년5개월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에 대해 그간 오바마 행정부는 ‘국내 문제’라고 강조하며 직접 개입을 극도로 꺼려왔다.
미국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8월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공습 직전까지 치달았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러시아의 중재로 아사드 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를 전량 폐기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지난 6월 초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비롯해 이라크 북부 일대를 장악하긴 했지만, 이슬람국가의 근거지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이다. 특히 시리아 북부 락까주의 주도인 락까는 지난 6월 말 ‘칼리프 국가’를 선포한 이슬람국가의 ‘수도’로 불린다.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를 포함한 이슬람국가 지도부도 락까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슬람국가는 24일 교전 끝에 북부 타브카 공군기지에서 정부군을 몰아내면서,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락까주 전역을 사실상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8일 이라크 북부에서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공습을 개시한 이후 미 정치권 안팎에선 “이슬람국가에 궤멸적 타격을 가하기 위해선 시리아 내부에서도 군사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지난 22일 기자들과 만나 “시리아-이라크 국경지대는 사실상 경계가 사라졌다. 이슬람국가 무장세력과 맞서기 위해선 양쪽 모두에서 작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여전히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 국방부 쪽에선 이미 시리아 내부에서 취할 수 있는 군사적 옵션을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은 25일 미군 관계자의 말을 따 “이슬람국가에 대처하기 위해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에서도 공습을 포함한 군사적 조처를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며 “주변국은 물론 유럽 동맹국과 함께 나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공습을 포함해 미국이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빚어질 의도 하지 않은 결과다. <로이터> 통신은 “이슬람국가는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맞선 시리아 반군 진영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조직”이라며 “미국이 시리아 내부에서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공습 등 군사적 조처에 나선다면, 미국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짚었다. 그간 아사드 정권 퇴진을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사드 정권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리아 정부가 잇따라 이슬람국가에 맞서 싸우기 위한 ‘최후의 보루’를 자임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교장관은 25일 “이슬람국가와 맞서 싸우기 위해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지리적으로도, 작전상으로도, 시리아는 이슬람국가와 맞서 싸우기 위한 국제적 연대의 심장부”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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