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등 서방출신 3천여명
대부분 차별 겪은 이슬람 이민자들
군사경험 쌓고 귀국해 테러 우려
대부분 차별 겪은 이슬람 이민자들
군사경험 쌓고 귀국해 테러 우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국제 지하디스트’(성전 전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위기의식도 치솟고 있다. 이슬람국가로 몰려든 서방 출신 전사들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자국 내 테러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국제화한 무장집단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21일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최소 50개국 출신의 1만2000명 정도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시리아 군 정보당국은 시리아 내전 발발 이래 이슬람국가를 비롯한 반군 조직에 유입된 외국인 전사를 87개국 5만4000여명으로 집계하고 있다고 <비비시>(BBC)가 최근 전했다.
이들 중 다수는 튀니지와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이슬람권 국가 출신이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서방 출신도 수천명에 이른다. 영국 국제급진화연구센터는 최근 시리아 내 1만2000여 외국인 반군 중 3000여명이 서방 출신이라고 집계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하면, 프랑스인이 최대 900명, 영국인이 400~700명, 독일인도 4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이 100명 이상, 오스트레일리아도 60명 이상의 지하드 대원을 배출한 것으로 추산된다.
서방 지하디스트 대다수는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서방으로 이주한 이슬람권 가정 출신이다. 10대 후반에서 20대의 청년층이 대부분으로, 무슬림에 대한 차별과 주류 사회 진입이 어려운 현실에 갈등하다 이슬람 극단주의에서 출구를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엔 주로 모스크나 학습모임 등을 통해 극단주의를 접했지만, 최근엔 온라인 채팅 등을 통해 모집책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소 종교적 열의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던 평범한 젊은이들이 갑자기 편지 한장 남기고 시리아 등으로 떠나는 경우도 흔해, 보안 당국의 감시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전했다.
서방 국가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들이 군사 경험을 쌓고 한층 극단화한 상태로 귀국한 뒤 테러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 벨기에에선 5월 이슬람국가에서 서방 인질 감시를 담당하다 돌아온 프랑스 출신 메디 네무슈가 유대인 등 8명을 총격 살해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8월 “시리아와 이라크로 갔던 영국인 500명 중 200여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자국인 지하디스트의 본국 귀환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서방 국가들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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