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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락까 점령뒤…IS, 샤리아 통치 반대자 처형하며 세력 키워

등록 2014-09-10 21:20수정 2014-09-12 10:46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무장대원이 시리아 북동부 락까주의 타브까 공군기지를 장악한 뒤 정부군한테서 빼앗은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 이 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7일 이슬람국가의 락까미디어센터가 공개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무장대원이 시리아 북동부 락까주의 타브까 공군기지를 장악한 뒤 정부군한테서 빼앗은 전투기 조종석에 올라 이 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고 있다. 이 사진은 지난달 27일 이슬람국가의 락까미디어센터가 공개한 것이다. AP 연합뉴스
가혹한 통치지만 질서와 평화 유지
수니파·해외출신 전사들 지지얻어
‘탈레반 효과·’ ‘스노볼 효과’ 상승작용
국제사회 무관심도 세력확장 도와
알카에다의 시리아 조직인 누스라전선과 이라크 조직인 이라크 이슬람국가(ISI)를 통합해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만든다는 아부 바크르 바그다디의 선언은 누스라전선 쪽을 경악케했다. 그때까지도 자신들이 알카에다 조직임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누스라전선 입장에서 조직 통합은 시리아에서 입지를 흔들 것이 분명했다.

통합을 거부한 누스라전선 지도자 아부 무함마드 골라니는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자와히리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자와히리는 두달만인 2013년 6월 중순께가 돼서야 반응을 보였다. <알자지라> 방송이 입수한 이 분쟁에 관한 그의 편지를 보면, 그는 바그다디에게 이라크에 집중하고, 골라니도 시리아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자와히리는 “(바그다디가) 우리와 상의도 없이 통합을 발표함으로써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질책했다.

바그다디는 즉각 이를 거부하는 육성 성명을 발표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우리 핏줄이 뛰고 눈을 깜박이는 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알카에다의 권위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은 처음이었다. 바그다디 쪽은 이라크와 시리아를 구분하는 것은 제국주의 세력이 그어놓은 국경선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바그다디 쪽의 이런 논리는 내전 중인 시리아와 이라크에 몰려든 국제 지하디스트 세력들에게 더 공명을 줬다. 1920년대 말 무슬림형제단 창설 이래 현대 이슬람주의 세력의 궁극적 목적은 민족과 인종을 초월한 모든 무슬림들의 공동체, 곧 칼리프 국가의 재건이었다.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참전한 이슬람주의 전사들은 시리아의 민주화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타도 자체보다는 그런 더 큰 ‘이상’을 품고 있었다.

시리아 동북부 지역에서 거점을 장악한 누스라전선은 곧 분열됐다. 외국 출신의 전사들은 대부분 바그다디의 ‘칙령’을 따라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에 가담했다. 누스라전선은 자연스럽게 시리아 출신의 조직으로 변했고,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더 국제적인 조직의 모습을 갖춰갔다.

알카에다 본부의 대응이 늦은 것도 한몫했다. 누스라전선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분규에 좌고우면하던 5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누스라전선의 본거지 도시인 락까를 점령했다. 누스라전선이 앞서 3월에 점령했던 인구 22만명의 락까는 시리아 반정부 세력이 점령한 유일한 주도였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락까를 점령하자마자 이 도시를 국가 건설과 운영의 모태로 만들 의지를 적극적으로 과시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가 락까를 점령하고 나서야 알카에다 본부는 통합을 반대하는 명령은 내렸으나,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락까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른 통치를 공식화하고, 이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가혹하게 처벌했다. 자유시리아군 지휘관뿐만 아니라 누스라전선의 이 지역 지휘관도 나중에 살해했다. 철저히 수니파 근본주의 통치를 통해서 수니파 주민과 외국 출신 전사들의 지지를 모아내는 전략을 썼다. 이슬람 시아파와 기독교 등 소수 종교인들에게 개종을 요구해, 응하지 않으면 이교도 세금을 물리거나 처형했다. 이 지역의 다수인 수니파 부족 세력들은 갈수록 첨예해지는 종파분쟁 앞에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쪽으로 결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하드와 순교라는 신념을 가지고 시리아와 이라크에 온 외국 출신 대원 및 강경파 세력들도 엄격한 샤리아 통치를 펼치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에 자연스럽게 끌렸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가 락까를 근거지로 통치 기반을 굳히며, ‘탈레반’ 효과와 ‘스노우 볼’ 효과가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아프간에서 오랜 전쟁에 지친 주민들은 탈레반의 집권을 수용했다. 전쟁과 무질서보다는 가혹한 통치이기는 했지만 질서와 평화를 가져다 준 탈레반의 집권이 좋다는 것이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가 점령한 지 얼마되지 않아 락까에는 주민들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시리아의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내전을 피하려는 주민들이 락까에서 생업을 재건하려고 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은 무장군벌 통치에 견줘 가볍고 공정한 세금을 부과하는 한편 엄격하지만 일관성 있는 법집행을 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도 락까에서 상점을 상대로 두 달에 20달러 정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는 아사드 정권 관리들에게 주는 뇌물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보도했다.

탈레반 효과는 스노우 볼 효과로 이어졌다. 눈덩이 효과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세력이 커지자 주변 세력들의 가세가 가속화됐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정교한 전략전술로 스노우 볼 효과를 극대화했다. 우선, 자신들의 전투와 진군 지역을 쉽게 이길 수 있거나 텅빈 공간으로 선정했다. 적이 미약하거나 인구가 희박한 수니파 거주 지역을 휩쓸면서 자신들의 장악 지역이 광대함을 선전했다. 충격과 공포에 바탕한 선전활동을 펼쳤다. 점령한 지역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참수 등의 처형 장면을 적극적으로 전파해, 적의 저항 의지를 무력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노획한 탱크, 미사일 등 중화기 군사장비들은 군사력을 더욱 강화시켜, 정규군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의 약진은 시리아 정부군과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들이 장악한 다른 도시와는 달리 락까는 공습하지 않았다. 이는 아사드 정권이 수감중인 이슬람주의 세력 석방으로 이슬람주의 무장반군 세력을 키웠다는 주장과 맞물렸다. 아사드 정권은 알카에다 관련 세력들을 비호함으로써 반군 세력 내분을 조장한 것이 분명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이는 아사드 정권을 반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수니파 국가들의 수니파 세력 지원과도 관계가 있다.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수니파 보수왕정들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들에게 무기와 자금을 지원했고, 터키는 그 통로였다. 터키가 개방한 시리아와의 국경 지역을 통해 시리아로 들어간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은 대부분 누스라전선에 가담했고, 이들은 나중에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에 가담했다.

2014년 2월3일 알카에다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를 자신들의 조직에서 완전히 파문시켰고,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가 지하드의 참된 길에서 이탈했다며 완전 독립을 선언했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는 이때부터 이라크 쪽으로 군사 공세를 확대했다. 지난 6월 들어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 대한 공세를 감행하면서, 갑자기 국제사회의 주목과 함께 중동 정세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이는 약 한달 뒤 ‘이슬람국가’(IS)라는 칼리프 국가 선포의 예고였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이슬람국가(IS)는 어떻게 건설됐나

(상) 알카에다 잔당이던 IS, 미국 중동정책 실패·종파분쟁이 키워
(중) 락까 점령뒤…IS, 샤리아 통치 반대자 처형하며 세력 키워
(하) 초유의 ‘칼리프 국가’를 만든건 8할이 주변정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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