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라크 거국정부’ 중심으로
이란·사우디·터키 등 협력 호소
국가간 이해관계 첨예해 성사 ‘난망’
이란·사우디·터키 등 협력 호소
국가간 이해관계 첨예해 성사 ‘난망’
10일(현지시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 대책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라크 바그다드에 도착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틀 전 출범한 이라크 새 내각의 하이데르 아바디 총리와 만나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라크로 번졌다. 국제사회와 유엔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이슬람국가 격퇴를 위해 중동 및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연합하자고 호소했다. 케리 국무장관은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이라크 정부를 인도적,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데 “40개국 이상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새 내각을 이슬람국가와 싸우는 “심장과 척추”로 묘사하며 그 역할을 강조했다. 아바디 총리가 제안한 새 이라크 국민방위군 창설 계획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새 이라크 ‘거국정부’를 이슬람국가 퇴치의 중심에 놓고 주변 중동국가들이 이를 지원하는 협력관계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 케리 국무장관은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리는 이슬람국가 대응 방안 회의에 참석해 중동 국가들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이 회의에는 이집트, 터키, 요르단 그리고 걸프협력이사회(GCC) 6개 회원국 등이 참석한다.
그러나 이슬람국가의 급부상이 중동을 둘러싼 기존의 숙적·동맹 구도를 뒤흔들며 합종연횡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국가들이 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해 전면적으로 협력하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이라크 군을 훈련시키고 이란인 파일럿까지 보내주며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는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의 준동이 자국 내 이슬람 과격파를 자극해 왕정이 흔들릴까봐, 이슬람국가 격퇴에는 협조적이다. 하지만 이란의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경계한다. 사우디는 이슬람국가 격퇴 노력이 소수 시아파가 주축인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을 돕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사우디는 자국 내에 시리아 온건파 반군을 훈련시키고 장비를 지원하는 장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는데, 이는 아사드 정권을 이롭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터키는 이슬람국가 격퇴 노력을 위해 이라크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일이, 자국 내 쿠르드족을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 미국의 연합 호소에 중동 국가들은 시큰둥하다고도 전했다. ‘근동·걸프군사분석연구소’ 의 리아드 카흐와지 소장은 이 신문에 “중동 지도자들은 오바마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며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방치해) 이슬람국가 출현에 책임이 있는 오바마 정부가 이제 와서 뒤늦게 이슬람국가와 싸우기 위한 연합을 만들려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 새 정부를 이슬람국가 격퇴의 중심에 놓은 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이라크 새 정부도 시아파 중심의 종파적 행보로 비판받았던 누리 말리키 전 총리의 정부와 별다를 바 없으며, 얼굴만 바뀐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보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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