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S 공습’ 아랍권 동참 의사
시아파와 불편한 국가가 대부분
파리 회의 때 이란 배제도 불만
시아파와 불편한 국가가 대부분
파리 회의 때 이란 배제도 불만
아랍 각국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한 미국의 공습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이라크 쪽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라크 북부를 중심으로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은 주변국과 동맹국의 참여 폭이 확대되기 전까지는 군사행동의 수위를 높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따 “아랍권 각국이 이슬람국가의 위협에 맞서, 공습을 포함한 한층 ‘공세적인 군사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미 중부군사령부와 이라크 정부 쪽에 전해왔다”고 보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반겼다. 지금까지 미국의 공습에 동참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나라는 프랑스 뿐이었다.
공습 참여 뜻을 밝힌 나라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2011년 리비아 공습에 가담했던 아랍에미리트와 미 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카타르, 주요 동맹국인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앞서 바레인 등 걸프협력기구(GCC) 6개 회원국을 비롯한 중동 10개국은 지난 11일 사우디 제다에서 공동성명을 내어 이슬람국가를 겨냥한 군사행동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라크 쪽은 마뜩잖은 분위기다. 프랑스와 공동 주최하는 ‘이라크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회의’ 참석을 위해 파리를 방문한 푸아드 마숨 이라크 대통령은 “군사적 지원은 환영하지만, 아랍국가들이 공습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공습에 가담하겠다고 밝힌 국가 대부분이 시아파가 다수인 이라크와 불편한 관계인 수니파 국가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은 “마숨 대통령은 같은 시아파 국가로 이미 군사지원을 하고 있는 이란이 파리 회의에서 배제된 것에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애초 프랑스 쪽은 이란을 회의에 초청했으나, 이란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사우디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쪽도 “주변 당사국의 참여가 없는 회의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중동 10개국을 포함한 26개국과 유엔·아랍연맹·유럽연합 대표단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선 이슬람국가 위협의 당사국 격인 시리아도 배제됐다.
<비비시>(BBC) 방송은 “파리 회의에 앞서 이슬람국가와 맞서기 위한 군사행동에 동참할 뜻을 밝힌 국가는 줄잡아 40개국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군사행동을 본격화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복수의 고위 당국자 말을 따 “압도적인 화력을 바탕으로 무차별 공습을 퍼붓는 이른바 ‘충격과 공포’ 식의 작전은 벌이지 않을 것”이라며 “(시리아 내부 공습이) 미국의 전쟁으로 비춰져선 안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이후에만 미군은 이라크에서 약 150차례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정부군은 12명으로 구성된 미군 군사자문단의 지원 아래 조만간 지상군 작전을 개시할 예정이다.
이어 쿠르드민병대의 무장·전투능력 강화 조처가 더해진 이후에나 시리아 내부로 작전 반경을 넓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온건파’ 반군 지원을 위한 5억달러 규모의 예산안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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