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와 정부 발표 서로 달라
‘미국 공조 불참’ 향후 태도 관심
‘미국 공조 불참’ 향후 태도 관심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100일 이상 억류됐던 터키인 40여명이 풀려났지만, 터키 당국이 석방 과정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슬람국가가 ‘참수’를 예고한 영국인 자원활동가 석방을 위해 가족은 물론 알카에다 지도부까지 나섰다.
<알자지라>는 21일 “지난 6월11일 이슬람국가가 이라크 제2도시 모술을 장악한 직후 현지 영사관에 억류됐던 터키인 46명과 이라크인 직원 3명이 101일만인 20일 새벽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인 직원은 현지에 남았으며, 터키인들은 이날 시리아 국경지역에서 터키 쪽에 안전하게 넘겨졌다.
이들의 석방 소식에 터키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정작 터키 당국이 석방 과정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애초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첩보작전을 통해 구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질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처음 밝힌 아흐메트 다부토을루 총리는 “석방됐다”는 표현을 썼다.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풀려난 인질들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몇몇 석방된 인질들은 <시엔엔>(CNN) 방송 등과 한 인터뷰에서 “최근 미군의 공습 때 머물던 건물이 폭격을 당해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억류 기간 동안 8차례나 은신처를 옮겼지만, 풀려나기 전까지 계속 모술 시내에 머물렀다”고만 말했다.
<휘리예트> 등 현지 언론은 특수부대를 동원한 구출작전, 몸값 지불을 통한 석방, 터키에 구금된 이슬람국가 조직원과 포로 교환 등 크게 3가지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터키 정부는 “인질 석방 과정에서 무력 충돌은 없었으며, 몸값을 내지도 않았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첩보작전’을 통해 인질들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인질 사태를 이유로 이슬람국가 타격을 위한 국제공조 참여를 거부해온 터키 정부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의 석방에 앞서 터키 정부는 19일 그간 봉쇄했던 시리아 국경지대 8개 검문소를 일제히 개방했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에만 쿠르드족 주민을 중심으로 어림잡아 6만6000여명의 시리아인이 이슬람국가 점령지를 벗어나 터키 국경을 넘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최근 이슬람국가는 알레포주 코바네 등 터키 국경 인근 60개 쿠르드족 마을을 잇따라 점령했다.
이슬람국가가 ‘참수’를 예고한 영국인 자원활동가 앨런 헤닝(47)의 부인 바버라 헤닝은 20일 성명을 내어 “납치 당시 남편은 난민들에게 전달할 물과 식량을 가득 실은 앰뷸런스를 몰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의 석방을 간청했다. 알카에다의 정신적 지주 격인 아부 무함마드 마크디시도 이날 헤닝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다. 마크디시는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헤닝은 고통받는 무슬림을 진정으로 도와준 무고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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