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피해 국경을 넘으려는 시리아 난민들이 21일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터키 수르크 국경 검문소에 늘어서 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시리아 국경 검문소 9곳 가운데 7곳을 전격 폐쇄했다. 수르크/AP 연합뉴스
쿠르드족 청년들 항의 투석시위
인질 석방 관련 ‘IS와 거래’ 의혹
인질 석방 관련 ‘IS와 거래’ 의혹
터키 정부가 시리아로 통하는 국경 검문소 대부분을 전격 폐쇄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 맞서기 위해 국경을 넘으려던 쿠르드족 젊은이 수백명의 발목을 붙잡은 형국인데, 이슬람국가가 터키인 인질 46명을 석방시킨 것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22일 “지난 19일 국경 검문소를 개방해 이틀 사이에만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한 10만명 가량의 시리아 난민 입국을 허용했던 터키 정부가 21일 검문소 9곳 가운데 7개를 봉쇄했다”며 “이 때문에 시리아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에서 기다리던 쿠르드족 젊은이들과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터키 군·경은 국경 검문소 폐쇄에 항의하는 쿠르드족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해산을 시도했으며, 이에 맞서 시위대는 격렬한 투석전을 벌였다.
앞서 이슬람국가는 지난 16일부터 터키 국경에 인접한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 코바네 지역 일대에서 공세를 본격화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탱크 등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이슬람국가가 이 일대 쿠르드족 마을 수십 곳을 손쉽게 장악했다. 곳곳에서 참수 등 보복 유혈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쿠르드족 주민들이 한꺼번에 터키 국경으로 몰려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라크 칸딜지역의 산악지대를 무대로 활동하던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민병대 3000여명은 이슬람국가와 맞서기 위해 이미 시리아 국경을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국경을 넘으려던 쿠르드족 청년들의 발이 묶이자, 터키 정부가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슬람국가와 ‘뒷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인질 석방은 정치적 타협과 외교적 노력의 산물”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석방 과정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그는 ‘체포된 이슬람국가 무장대원 3명과 인질을 맞바꾼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포로 교환을 했던 안했건, 중요한 건 인질들이 무사히 석방된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인디펜던트>는 “터키 정부가 석방 과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비밀에 부칠수록, 이슬람국가와 터키의 ‘은밀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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