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근거지를 겨냥한 미국 주도의 공습은 ‘제3기 중동전쟁’의 문을 여는 신호탄이다. 이제 이슬람주의 세력이 온전히 전쟁의 한 축이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계속된 분쟁의 역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연설에서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에 참가한 아랍 5개국 외에도 40개국 이상이 동맹을 구성하고 있다며, “이 전쟁은 미국만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40개국 이상의 동맹이 전쟁을 벌이는 대상은 정식 국가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슬람국가라는 무장세력이다. 한 집단을 상대로 중동 안팎의 다수 국가들이 전쟁에 나선 것은 2차대전 이후 중동에서 지속된 전쟁의 성격이 급변했음을 상징한다.
2차대전 이후 중동에서는 내전이 아닌 국가간 전쟁이 모두 7차례 일어났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선포로 촉발된 아랍 국가들 대 이스라엘의 전쟁이 그 시작이다. ‘아랍 국가 대 이스라엘’의 전쟁은 1973년까지 4차례나 벌어졌고, 일반적으로 ‘중동전쟁’이라 불렸다. 4차례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사실상 모두 승리했다. 이는 아랍 민중들 사이에서 아랍민족주의에 입각한 중동 세속주의 정권에 대한 실망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이슬람주의 세력이 결집하는 토양이 됐다. 또 4차례의 전쟁 뒤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아랍 국가들의 공동전선이 무너졌다.
이어진 ‘제2세대 중동전쟁’은 중동 국가들 간의 갈등과 미국의 직접 개입이 주요 특징이다.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성공하면서, 이슬람주의의 부상, 수니파 대 시아파의 종파갈등이 본격화했다. 1980년 이라크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이 2세대 중동전쟁의 문을 열었다. 반이슬람혁명을 목표로 한 이 전쟁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보수왕정들은 이라크를 지원했다.
이란-이라크 전쟁의 후유증은 1991년 걸프전으로 이어졌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보수왕정들의 부추김으로 이란과 8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사우디 등으로부터 빚 독촉만 받는 신세가 됐다. 후세인은 쿠웨이트와 국경지대 유전을 둘러싼 분쟁을 벌이다, 전격적으로 쿠웨이트를 점령했다. 사우디도 이라크의 침공 위협을 느꼈다. 미국은 사우디 등의 요청으로 즉각 개입해, 다국적군을 조직해 걸프전을 감행했다. 중동 국가들끼리의 전쟁에 이젠 미국이 직접 뛰어든 것이다. 미국은 쿠웨이트를 탈환했으나,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지는 않았다. 이때 미군의 사우디 주둔은 오사마 빈라덴 등 극렬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이 미국을 상대로 지하드(성전)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2001년 알카에다의 9·11 테러 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데 이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알카에다를 후원한다는 것을 침공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이라크 침공 이후의 혼란은 이슬람주의 무장세력들을 결집시켰고, 결국 현재 이슬람국가 탄생으로 이어졌다.
9·11 테러 뒤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은 이라크 전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오바마 행정부가 뛰어든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뒤늦은 테러와의 전쟁이자, 이슬람주의 세력과의 전면전을 뜻한다. 이슬람국가와의 전쟁은 이제 중동전쟁이 개전과 종전이 뚜렷이 구분되는 재래전에서 벗어나 항시적인 게릴라전과 얽힌 비대칭전 국면으로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상군도 없이 공습 등으로 전쟁을 치르려 하고, 그 반대편의 이슬람주의 세력들은 뚜렷한 전선도 없이 사방 곳곳에서 비정규전을 벌이려 한다. 이는 전쟁의 장기화, 항구화, 상시화를 예고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반적인 노력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장기전 가능성을 인정했다. 미국 고위 관리도 “우리는 이슬람국가를 가능한 한 빨리 격퇴하고 싶으나, 그건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이슬람국가가 요르단 면적인 ‘유사 국가’ 안의 도시들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시키는 것”을 이번 전쟁의 1차적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 목표를 언제 달성할지, 그 이후의 상황을 풀어갈 수 있을지 수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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