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앞에서 25일 반전단체 ‘코드핑크’ 회원들이 미국 주도의 이슬람국가(IS) 공습에 반대하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반납하라고 요구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공습 사흘째, 정유시설 12곳 폭격
1곳당 하루 300~500배럴 생산
하루 평균 200만달러 수입 IS로
공습 불구 IS 군사활동 ‘활발’
터키 국경지대 쿠르드족 마을 노려
1곳당 하루 300~500배럴 생산
하루 평균 200만달러 수입 IS로
공습 불구 IS 군사활동 ‘활발’
터키 국경지대 쿠르드족 마을 노려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이 유전 등 자금원 차단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의 활동은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에 대한 공습 사흘째인 25일(현지시각) 미국은 이 단체가 장악한 유전을 집중 공습하며, 자금원을 분쇄하고 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전폭기들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가 운영하던 소규모 정유시설 12곳을 집중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국가는) 이빨과 꼬리 모두를 가진 단체”라며 “이라크에서 우리는 그들이 이빨을 추적 중이며, 시리아에서는 그들의 꼬리를 자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빨’이란 이슬람국가 전투 대원을 의미하며, ‘꼬리’란 자금 및 병참 지원을 뜻한다. 이슬람국가가 이라크에서 전투 대원들을 충원해 전투를 벌이고, 시리아에서는 유전과 정유 시설을 장악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음을 빗댄 말이다. 미군은 이날 이라크에서는 포대와 수송 차량 등 이슬람국가의 군사 시설들을 공습했다.
이슬람국가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미 중부군사령부 쪽은 공습 대상이 된 정유시설이 하루에 각각 300~500배럴을 생산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여기서 생산되는 석유는 암시장에서 밀매되며 이슬람국가에 하루 평균 200만달러의 수입을 올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습 대상이 된 정유시설은 유정을 겸하는 곳이다. 이 유정에서 나오는 원유들은 현장에서 막바로 정유된다.
이슬람국가는 시리아의 10개 유전 가운데 6개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에서는 하루 3만~5만배럴이 생산되는데, 내전 발발 이후 상당 부분의 원유가 반군이나 정부군에 의해 밀매되고 있다. 밀거래가 이뤄지는 장소는 이라크 쿠르드족 지역이나 터키·이란·요르단 국경 지대다. 밀매되는 원유나 정제 석유들은 이 지역의 내전으로 석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오히려 웃돈이 붙어 배럴당 300달러를 넘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특히, 시리아 정부가 이슬람국가가 밀매하는 석유를 구입하는 주요 당사자로 알려졌다.
미국 주도의 공습에도 이슬람국가의 군사활동이 위축되는 기미는 없다. 시리아의 이슬람국가 세력은 터키 국경 지대의 쿠르드족 마을 쪽으로 진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 지역을 지키고 있는 쿠르드족 무장대원들은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 지역의 이슬람국가를 공습하는 데 진지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 무장단체인 주민보호단(YPG)의 대변인 레두르 세릴도 이슬람국가의 차량 등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을 정도로 노출돼 있는데도 공습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국과 동맹국들이 공습에 진지하다면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쿠르드족은 미군에 공습 대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아 데이르에즈조르 주의 쿠리에 지역 사령관 노릇을 하는 한 이슬람국가 대원은 자신들의 본부는 미국의 공습 전에 이미 소개됐다며 “형제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들은 사라져서 유령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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