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미국에 ‘완충지대’ 제안
수용땐 지상군 투입 불가피
수용땐 지상군 투입 불가피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병력이 터키와 맞닿은 시리아 국경도시 코바니 내부까지 다시 진입했다. 미국 국방부는 “공습만으론 코바니를 지켜낼 수 없다”고 인정했다. 미국이 시리아로의 공습 확대를 결정했을 때부터 지상군 투입 없는 공습이 큰 효과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미국 스스로 이를 인정한 셈이다.
<알자지라>는 9일 “미국과 요르단 등 동맹국 전투기와 폭격기가 엿새째 코바니 안팎에 집중 공습을 했음에도, 이슬람국가 병력이 도시 내부로 진입해 방어작전을 펼치고 있는 시리아계 쿠르드족 민병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쿠르드 민병대 대표 아시야 압둘라는 “중화기로 무장한 이슬람국가 병력이 탱크를 앞세우고 시내 2개 지역으로 진입해 들어왔다. 교전이 워낙 치열해 민간인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코바니가 이슬람국가의 수중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 6일 동안 도시 안팎에서 집중적인 공습작전을 수행했지만, 공습만으로 코바니를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국가가 코바니를 점령하면, 광활한 면적의 시리아-터키 국경지대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터키 정부가 이슬람국가의 전진을 막고, 시리아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리아 국경 일대에 ‘완충지대’(버퍼존)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8일 기자들과 만나 “터키가 제안한 ‘완충지대’ 설치안은 면밀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프랑스 정부도 터키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완충지대 설치를 위해선 공습에 국한했던 미국의 군사대응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케리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동맹국과 논의해 볼 만한 사항”이라면서도 “조만간 완충지대를 실제 설치하는 것은 아니며, 논의 과정에서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수위를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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