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 습격사건’ 이후 반영감정 급속히 퍼져
영국군이 체포된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탱크와 헬기를 동원해 이라크 경찰서를 부수고 난입한 사건이 일어난 뒤 이라크에서 반영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과 이라크 정부 사이에 사건의 원인을 둘러싼 ‘진실 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남부 바스라에서는 21일 경찰관과 주민 200여명이 영국군의 철수와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바스라 지방의회는 이날 영국군이 사과할 때까지 주둔중인 영국군과의 협조를 거부하겠다고 결의하고,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이라크인들의 유족에 대한 영국 정부의 배상을 요구했다고 <에이피통신>이 보도했다.
존 리드 영국 국방장관은 런던을 방문중인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와 만나 이번 사태가 두 나라 관계에 손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영국 국방부는 이라크 경찰에 체포된 영국군 병사 2명이 경찰 내에 침투한 시아파 민병대에 넘겨졌기 때문에 구출작전을 벌이게 됐다고 해명했다. 영국공수특전단(SAS) 소속으로 알려진 두명은 바스라의 검문소에서 이라크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한명을 살해한 뒤 체포됐었다.
그러나, 바얀 자베르 이라크 내무장관은 21일 <비비시>와 인터뷰에서 “병사들은 민병대에 넘겨진 일이 없으며, 영군군은 헛소문을 들은 것”이라며 영국 쪽의 주장을 반박했다. 무하마드 알와일리 바스라 주지사 대변인도 “영국군이 불법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경찰서 공격 사건이 알려지면서 이라크에서는 영국이 과연 이라크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있느냐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아랍권 언론들도 이 사건을 크게 보도하면서 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희 기자, 카이로/연합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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