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회사 소코 석유개발 나선 뒤
반대 주민들 납치·괴한 습격 당해
관리자 메로드 “싸움 끝까지 할 것
에드워드 호수 오염땐 식수원 타격”
반대 주민들 납치·괴한 습격 당해
관리자 메로드 “싸움 끝까지 할 것
에드워드 호수 오염땐 식수원 타격”
17년의 내전이 남긴 상처투성이 땅 콩고민주공화국(콩고)에 또다른 분쟁의 씨앗이 피를 부르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의 석유를 노리는 다국적 기업의 횡포가 그 중심에 있다.
조용하던 콩고 북동부 비룽가 국립공원에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영국 석유회사 소코인터내셔널이 석유 개발에 나서면서였다. 천혜의 자연환경 훼손을 우려해 개발 반대에 나선 주민들은 정부군의 폭력에 시달렸고, 공원에 휴대전화 기지국 건설을 막으려던 공원 경비대는 납치당했다. 비룽가 개발을 둘러싼 폭력 사태를 조사한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에서 공원 경비대원 로드리그 무가루카 카템보를 납치한 콩고 정부군이 그의 머리를 담뱃불로 지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납치된 카템보는 고마의 국가정보국(ANR)에 잡혀가 20여일간 구금됐고 석방 뒤에도 살해 협박을 받았다.
공원 관리책임자 에마뉘엘 드 메로드(44)는 4월 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 그는 검찰에 비룽가 공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 석유 탐사활동에 대한 비밀보고서를 전달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길가에 숨어있던 괴한들은 메로드를 향해 총을 쐈다. 배와 가슴에 총상을 입은 메로드는 오토바이와 트럭을 옮겨 타며 병원에 도착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괴한들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군복을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왕자 신분으로 태어난 메로드는 콩고 정부한테서 매달 800달러를 받으며 공원 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메로드는 이 싸움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그는 비룽가가 오염되기 시작하면 스페인 앞 지중해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룽가 공원의 에드워드 호수는 나일강의 원류에 속하는데, 소코는 바로 이곳에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코는 유네스코와 콩고인들이 찬성하지 않는 한 더이상의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곳에서의 원유 누출이 일어날 경우, 수천 수백만명의 식수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게 메로드의 경고였다. 비룽가 공원은 지구상에서 생물 다양성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멸종 위기에 놓인 마운틴 고릴라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세계 환경운동가들은 비룽가의 싸움이 비룽가만의 것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본부에 근무했던 가이 데보네트는 “비룽가가 무너지면 다른 곳들도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탄자니아도 셀루스 동물보호구역에서 우라늄이 발굴되자 세계유산 지역 조정을 요구하며 개발에 나섰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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