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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아랍의 봄’ 실패에 좌절…IS 전사로 죽은 이집트 민주투사

등록 2014-12-03 19:46수정 2014-12-03 22:29

아흐마드 다라위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물러난 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왼쪽 사진)했다. 오른쪽은 한 무슬림 온라인 포럼에 올라온 사진으로 다라위가 ‘이슬람국가’에 합류한 뒤 모습이다.
아흐마드 다라위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물러난 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왼쪽 사진)했다. 오른쪽은 한 무슬림 온라인 포럼에 올라온 사진으로 다라위가 ‘이슬람국가’에 합류한 뒤 모습이다.
경찰 떠나 민중항쟁 이끈 다라위
지난해 진영 분열·쿠데타에 환멸
결국 IS 합류…“전사로 순교” 부고
‘아랍의 봄’의 민주 투사는 왜 극단적인 이슬람국가(IS)의 전사로 생을 마감했을까….

2011년 1월 아흐마드 다라위(38)는 이집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민주화의 열망을 불태웠다. 경찰 출신인 그는 이집트 경찰의 뿌리 깊은 부패와 야만성에 환멸을 느끼고 4년 전 옷을 벗었다. 이젠 민주화 시위의 지도자로 옛 동료들의 반대편에 선 것이다. 민중항쟁은 그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의 32년 철권통치를 끝장냈다. 새 세상이 열리는 듯 했다. 다라위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다. 낙마했지만 무슬림형제단의 선전을 기원하며 민주화의 꿈을 접지 않았다.

그러나 ‘아랍의 봄’은 꽃을 피우지 못했다. 선거로 당선된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에서 2012년 12월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사이의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함께 반독재 민주전선에 섰던 이들 사이에 내분이 발생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다라위 동생의 말을 인용해 다라위가 거리에 함께 섰던 동지들이 분열하는 것을 보고 “혁명은 끝나고 있어. 이제 반혁명 세력이 기승을 부릴 거야. 이슬람주의자와 세속주의자 사이에 피가 뿌려진 이상 다시는 연대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건 그들 모두 끝장날 거란 뜻이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2013년 7월 군 장성 출신 압둘팟타흐 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정부를 무너뜨렸다. 다라위는 시리아로 관심을 옮겼다. 지인들은 “다라위가 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억압받는 시리아인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환멸을 느낀 다라위는 이집트를 떠났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말 그의 가족은 부고를 접했다. 소식을 전한 이방인들은 그가 ‘이슬람국가 전사로 순교했다’고 말했다.

다라위의 동생은 그가 2013년 말께 알카에다 연계조직인 누스라전선에서 활동하다가 이슬람국가에 합류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숨졌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한 이슬람국가 지지자는 그가 ‘자살 공격’으로 숨졌다고 했다. 다라위가 시리아 북동부에서 활동하는 이집트 출신 전사들의 지휘자였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라크에서 전투 중 숨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가족은 그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다.

가난과 실업 혹은 서방 세계의 차별을 겪고 이슬람국가에 합류한 대부분의 ‘외국인 전사’들과 달리 다라위는 대학을 졸업한 부모 밑에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랐다. 경찰을 그만두고는 아랍에미리트 이동통신사 ‘잇티살라트’에 둥지를 틀었다. 마케팅 책임자로 월 7000달러의 고소득자였다. 사랑스러운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든든한 남편이었다. 평탄한 삶을 살며 민주화를 꿈꿨던 다라위의 극단적 선택과 죽음은 민주혁명의 실패가 가져온 비극이었다. 파와즈 저제스 런던정경대학 교수(중동정치학)는 “다라위의 이야기는 이집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여준다”며 “아랍의 봄이 불러온 거대한 열망과 희망이 어떻게 절망으로 바뀌었는지를 말해준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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