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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예멘서 알카에다 인질 구출 실패…수렁 빠진 미국

등록 2014-12-07 20:26

억류 미국인 소머스, 작전중 사망
남아공 인질·민간인 8명도 희생
예멘 내전 악화…알카에다 재기
6일 오전 1시(현지시각) 예멘 남부 샤브와주의 황야에 미군 수직이착륙 수송기 ‘V-22 오스프리’ 2대가 은밀히 착륙했다. 수송기에서 미군 해병 특전부대 네이비실 ‘팀 6’ 대원 36명이 내렸다.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AQAP)에 인질로 잡힌 미국 언론인 루크 소머스를 구출하려는 기습작전의 시작이었다. 네이비실 대원들은 달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 목표 가옥으로부터 약 90m 지점까지 은밀히 접근했다. 갑자기 개 짖는 소리 같은 소음이 들렸고, 대원들은 접근은 인질범들에 노출됐다. 총격이 벌어지는 와중에 인질범 중 한명이 인질이 갇힌 가옥으로 뛰어들어갔다.

30여분간의 총격전 뒤 대원들은 집 안으로 들어갔으나, 구출하려던 인질 소머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구호단체 직원 피에르 코르키가 중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이들 인질들은 후송 도중 수송기와 미군 수륙양용공격함 USS메이킨아일랜드호의 수술대에서 사망했다.

예멘의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에 2013년 9월부터 억류돼 있던 프리랜서 사진기자 소머스를 구출하려는 미국의 기습작전은 소머스뿐 아니라 동료 인질과 민간인들까지 목숨을 잃게 한 참혹한 실패로 끝났다. 특히 이번 작전에서 사망한 코르키가 속한 남아공 구호단체 ‘기프트 오브 기버스’는 석방 협상이 성공해 작전 다음날인 7일 코르키가 석방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이런 내용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번 작전으로 마을의 민간인 8명도 숨졌다. 인질범 2명도 사살됐다.

미국은 지난달 25일에도 소머스구출작전을 벌여 인질범 7명을 사살하고 다른 인질 8명을 구출했으나, 소머스는 찾지 못했다. 아라비라반도알카에다 쪽은 지난 3일 6일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소머스를 죽이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미국 정부는 소머스의 생명이 ‘급박한 위험’에 처했다고 결론내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번 작전을 결행했다.

이번 작전 실패는 9.11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의 주요 전선 중 하나인 예멘의 상황이 더욱 악화됐음을 보여줬다. 예멘은 알카에다 지부 중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아라비아반도알카에다의 주 무대다. 미국은 이라크 철군 뒤에도 예멘에서는 무인기와 특수부대를 동원한 알카에다 소탕작전을 강하게 벌여 왔다. 9.11테러 이후 친미노선으로 돌아선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과 함께, 미군은 한때 알카에다 세력을 위축시키기도 했지만, 아랍의 봄으로 독재정권이던 살레 정권이 퇴진하면서 상황은 다시 바뀌었다. 특히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올해 9월 본격적인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나흘 만에 수도 사나에 입성하면서, 예멘은 다시 본격적인 내전 상황으로 치달았다. 알카에다 세력은 예멘의 수니파를 결집해 시아파 후티 반군에 맞서는 종파분쟁으로 이끌면서, 세력을 다시 확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테러 세력을 제거해 우방을 돕는 전략은 이미 예멘에서 성공적으로 수행돼 왔다”며 예멘을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슬람국가가 종파분쟁을 이용해 세력을 확장한 것처럼, 예멘에서도 알카에다 세력이 부활했다. 예멘도 미국의 수렁으로 변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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