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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동·아프리카

친척도 외면한 에볼라 고아들, “절 데려가주실 분 없나요?” 눈물

등록 2014-12-16 20:32수정 2014-12-17 10:42

에볼라 완치 판정을 받은 시투와 달리 시투의 부모는 올해 에볼라 감염돼 시에라리온 동쪽 케네마 국립병원서 숨졌다. 유니세프가 찍어 공개한 사진이다.
에볼라 완치 판정을 받은 시투와 달리 시투의 부모는 올해 에볼라 감염돼 시에라리온 동쪽 케네마 국립병원서 숨졌다. 유니세프가 찍어 공개한 사진이다.
엄마 간호한 4살 스위티스위티
가족 모두 잃고 결국 고아원행
에볼라 고아 7000여명 추정
아무도 네살배기 스위티스위티를 거두지 않았다. 아이의 아빠는 얼마 전 에볼라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언니도 뒤를 따랐다. 엄마는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엄마를 태우러 온 구급차에 아이도 탈 수 밖에…. 스위티스위티는 감염 증상이 없었지만, 아이는 엄마를 따라 에볼라 클리닉으로 갔다.

건강한 사람이라고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주복’ 같은 보호장비로 무장한 사람들밖에 없었다.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자 스위티스위티는 엄마에게 음식과 약을 떠먹여줬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오염된 엄마 옷도 빨았다. 엄마 옆에서 먹고 잤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매일 침대를 말끔하게 정리했다. 2주 뒤 엄마가 죽었지만, 아이를 바깥 세상으로 데려가줄 사람은 없었다. 스위티스위티라는 이름도 봉사자들이 붙여준 것이다. 아무도 아이의 정확한 이름과 나이를 알지 못했다. 다만 아이가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 인근 포트로코라는 마을 출신이며, 4살쯤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아이는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난 어때요? 날 원하지 않나요?” 어느날 시설을 찾아온 방문자에게 스위티스위티가 물었다. 사회복지사들은 아이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버린다 클락도 엄마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에볼라 치료시설에 온 네살배기 여자아이다. 버린다는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의 치료소로 가는 구급차 안에서 엄마가 숨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겁에 질린 채 병원에 도착한 아이를 안아줄 엄두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 역시 에볼라 감염됐을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버린다는 에볼라 검사를 받았고, 이튿날 음성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축하해줄 사람도, 마중올 사람도 없었다. 버린다 역시 혼자가 됐다. 그래도 버린다는 운좋게 인근 빈민가에서 비영리 지원단체를 운영하는 미국인 케이티 마일러의 눈에 띄었다. 버린다의 새 집은 마일러가 에볼라 고아 등을 돌보는 임시 고아원이다.

세계인의 관심도 공포도 줄었지만, 에볼라는 아직도 주 발병지인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에볼라 감염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아이들을 ‘시한폭탄’ 처럼 여긴다. 아이들이 손을 자주 씻지 않고, 쉴새 없이 사람을 만지는 등 예방 규칙을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엔(UN)은 현재까지 약 3500명 이상의 어린이가 에볼라에 감염돼 1200명 넘게 숨졌다고 추정한다. 유니세프는 에볼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가 7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로랜드 모나스크 유니세프 시에라리온 지부장은 “지진이나 전쟁이 일어나 엄마·아빠를 잃으면 고모가 돌봐주지만, 이 아이들은 친척의 품에도 안기지 못한다. 에이즈 고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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