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프간 주둔군인 국제안보지원군(ISAF) 사령부의 실내 체육관. 군악대의 연주 속에서 국제안보지원군의 깃발이 내려지고, 낯선 깃발이 올라갔다. ‘단호한 지원’(Resolute Support·RS)이라는 나토군의 새로운 임무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13년에 걸친 아프간 전쟁의 종료를 공식화하는 행사였다.
언론이나 대중에는 공개되지 않은 이 행사는 아프간 전쟁의 불투명한 미래를 상징했다. ‘단호한 지원’은 나토 회원국 및 14개 협력국가의 1만2000여 병력이 맡는 아프간 안정화 지원 업무를 뜻한다. 새해부터 이들의 임무가 전투에서 아프간 정부군 지원·훈련으로 바뀐다.
젠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 앞의 길은 여전히 도전으로 남아있으나,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며 “아프간의 안보는 전적으로 35만명의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의 손에 있으나, 나토 동맹국들은 남아서 그들을 훈련시키고 조언하고 지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2001년 9·11테러 뒤 알카에다가 숨어있던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을 상대로 그해 10월7일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탈레반 정권을 한달 만에 붕괴시켰다. 미국은 아프간에 새정부를 수립했지만, 탈레반은 파키스탄과의 국경 산악지대로 달아나 지금까지 내전을 지속하고 있다.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된 뒤부터 미국은 탈레반과의 평화회담을 추진 중이나, 뚜렷한 성과를 못내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빈라덴 사살 이후 아프간 주둔군 철수를 서둘러, 올해 말을 철군 완료 시점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미국의 계획과는 달리 올해는 아프간 전쟁에서 2001년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프간 정부군은 탈레반의 공격으로 올해 적어도 4600명이나 숨졌다.
아프간 전쟁은 2003년 3월~2011년 12월 약 9년 동안 지속된 이라크 전쟁보다 4년을 더 끈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다. 전쟁이 한창일때는 나토군 13만명이 주둔했다. 미군 2346명을 포함해 외국군 3500여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전비로 1조달러(약 1102조원)를 썼다.
미국은 앞으로 주둔군 규모를 대폭 줄여나가는 단계적 철군을 거쳐 2016년까지 완전히 아프간에서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과의 관계 설정이 숙제로 남아있고, 나토군 철수 뒤 현재의 아프간 정부가 버틸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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