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출신 미국인 등 10여명 독재자 축출 ‘거사’ 감행
믿었던 군인들 동참 안해…미국으로 돌아온 뒤 체포돼
믿었던 군인들 동참 안해…미국으로 돌아온 뒤 체포돼
2014년이 저물어가던 지난달 30일 새벽, 서아프리카 감비아의 대통령궁에 총성이 울렸다. 쿠데타였다. 그런데 쿠데타를 하겠다고 나선 이들은 불과 10여명이었다. 정부군과 총격전으로 3명이 죽고 나머지는 도망쳤다. ‘거사’ 당시 두바이에 머무르고 있었던 야히야 자메 대통령은 이튿날 귀국해 “미국과 독일·영국에 본거지를 둔 반대자들과, 내가 밝힐 수 없는 세력의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 그룹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이런 무모한 쿠데타를 시도했을까?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5일 감비아 쿠데타 연루 혐의로 미국인 케르노 은지에(57)과 파파 팔(46) 등 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홀더 장관은 성명에서 “피의자들은 무력을 사용해 외국 정부의 전복을 공모하고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미 국내법에 위반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이 같은 음모를 강력히 비난하며,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명은 미국과 ‘평화관계’에 있는 외국 정부의 전복에 가담하거나 관련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중립법을 위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은지에는 감비아 출신으로 텍사스에 사는 사업가다. 그가 이번 쿠데타의 ‘돈줄’이었다. 쿠데타 성공 땐 감비아의 임시 국가수반을 맡기로 돼 있었다. 팔도 23년 전 감비아를 떠나 미네소타주에 정착했다. ‘폭스’라는 암호명을 쓴 팔은 지난해 9~10월 M4 반자동소총 24정을 구입해 감비아로 반입시켰다. 야광투시경과 방탄복, 탄약, 검은 군복과 군화도 마련했다. 영국과 독일·세네갈에 거주하는 감비아 출신 10~12명이 쿠데타 모의에 가담했다. 원래 계획은 자메 대통령이 연말연시 국내 순시에 나서면 잠복해 있다가 습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외국 방문을 알게 된 뒤 대통령궁을 습격하기로 했다. ‘거사’ 당일 대통령궁 옆 숲속에 모였다 행동을 개시했다. 은지에는 공격조가 궁을 장악할 때까지 안전한 장소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대통령궁 접수 뒤 은지에가 군사령관을 만나 담판을 지을 계획이었다. 160여명의 현지 군인들이 동참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막상 행동을 시작하니 아무도 동참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은지에와 팔은 미국으로 돌아왔다가 체포됐다. 이들은 “감비아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들의 삶을 향상하기 위해 쿠데타를 계획했으며, 유혈사태 없이 정권을 장악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자메 대통령은 1994년 29살의 나이로 쿠데타에 20년 집권 기간 동안 인권침해와 언론 탄압 등으로 비난을 받아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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